"택진이형 나와!"…린저씨들, 트럭 몰고 엔씨 찾은 이유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1-04-07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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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M 업데이트·롤백 과정서 유저들과 충돌
환불조치도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아 갈등 증폭
▲ 리니지M 시위 총대진이 준비한 시위트럭, 각 면에 메시지가 적혀있다. (사진=리니지M 인벤)

식목일인 지난 5일 경기도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근처에 눈에 띄는 한 트럭이 서 있다. 검은색 바탕으로 래핑된 트럭에는 각 면에 큼직하게 글자가 쓰여있다. 트럭 앞에는 "택진이형 출두해, 신사답게 사과해, 보름안에 환불해"라고 써있고, 옆쪽에는 "고객들과 소통거부 우리들은 알고싶다, 소비자의 알 권리. 엔씨소프트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합니다"라고 적혀있다.

트럭 뒷쪽에는 "사지 않겠습니다. 제작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불매 의사를 표명한 문장도 눈에 띈다. 국내 1위 모바일게임 '리니지M' 유저들, 일명 '린저씨'(리니지+아저씨)들의 시위트럭이다.

게이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트럭을 빌려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서 트럭시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날 트럭시위는 최근 벌어진 '리니지M'의 문양시스템 업데이트와 원상복귀(롤백) 사태로 인한 것이다. 이로 인해 엔씨소프트는 유저들과의 갈등은 물론 주가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연초 100만원이 넘어가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2월 중순 이후 하락세를 그리며 현재 8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리니지M의 강화 시스템 '문양', 모두 강화하는데 약 3억원의 비용이 예상된다.

리니지M에서 '문양'은 사용자의 능력을 키우는 강화 시스템으로 30단계까지 올릴 수 있다. 사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 강화를 시도, 한번에 1~3단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강화 시도 횟수는 20회로 제한돼 있다. 즉 제한된 횟수만큼 강화를 해도 30단계에 이르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30단계를 원하는 사용자는 다시 비용을 지불해 초기화를 시킨 후 아이템을 구매해 강화를 시도하는 것을 반복한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문양을 30단계까지 강화하는데 약 3000만~5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리니지M에는 이런 '문양'이 6종류가 있기 때문에 모두 '완성'하려면 3억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이 시스템은 '핵과금러'라 불리는 일부 최상위권 유저들만의 권리였으며 하위권 유저들과의 격차를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지난 1월 27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업데이트를 통해 '문양 저장기능'을 추가했다. 이는 유저가 어느 수준까지 강화가 잘 됐다고 판단할 경우 강화 수치를 저장해놓는 기능이다. 이후 강화가 잘 되지 않아 재시도를 하더라도 처음부터가 아닌 저장된 지점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문양 완성을 위한 비용이 크게 줄었다. 유저들은 체감상 10분의 1 정도 비용이 줄었다고 한다.

그러자 '핵과금러'들이 뿔났다. 지금까지 거액을 들여 문양을 완성한 입장에서는 엔씨의 이번 조치에 불합리하다고 판단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기존에 3억원을 들여 문양을 완성한 유저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보유 가치가 10분의 1로 줄어들었으니 가만있을리 없다. 한 유저는 인터넷방송을 통해 직접적으로 엔씨소프트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엔씨소프트가 '핵과금러'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업데이트한지 나흘만인 1월 31일 업데이트를 취소해버렸다. 이날 엔씨소프트는 '문양 저장기능 삭제' 및 '문양 저장기능 업데이트 이전 시점으로 변경'(이하 문양 롤백)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업데이트 이후 문양을 위해 과금한 유저들이 분노했다. 새롭게 문양을 완성하거나 문양 완성을 기대했던 유저들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조치였던 것이다. 

▲1.31 리니지M 공식사이트에 게시된 공지사항 (사진=리니지M 공식사이트)

게다가 업데이트 이후 결제한 유저들에게 환불하는 과정에서 유저들의 큰 반발을 샀다. 문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 종류의 과금을 해야 한다. 하나는 강화를 위한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는 비용, 다른 하나는 완성에 실패했을 때 재시도를 위해 초기화시키는 비용이다. 엔씨소프트는 이 중 초기화 비용은 게임머니인 다이아몬드로 환불했지만, 아이템을 구매해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해당 아이템으로 돌려줬다.

얼핏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해당 아이템을 산 유저들 입장에서 보면 만약 엔씨소프트가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 문양 완성이 계속 어려웠다면 사지 않았을 아이템이라는 것이 문제가 된다. 즉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들에게 아이템 구매를 부추겨놓고, 다시 없던 일로 하면서도 아이템은 현금으로 환불해주지 않은 것이다.

업데이트 이후 문양 완성을 위해 1억6000만원의 현금을 사용한 유저 M씨는 이 중 약 5000만원은 게임머니로 받고 1억1000만원은 아이템으로 돌려받았다. 이에 M씨는 수차례 엔씨소프트를 방문해 현금 환불을 요구했지만 엔씨는 "규정에 의해 불가능하다"고 이를 거절했다. 이에 M씨는 엔씨소프트 주차장 입구를 차량으로 막으며 항의했고, 엔씨측은 M씨를 '업무방해'로 신고했다. 화가 난 M씨는 본인이 겪은 상황을 유튜브에 올렸고, 이 영상 조회수는 120만회가 넘어가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유저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엔씨소프트는 사태 발생 2개월만에 2차 보상안을 내놨다. 2차 보상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가치에 해당하는 게임머니를 지급하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일부 유저에게 2차 보상액이 실제 사용한 금액보다 더 많이 지급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엔씨가 '보상 오지급'을 안내하며 회수를 시도했다. 이미 보상받은 게임머니를 사용해버리면 이를 회수하기도 힘들고 다시 보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도 이같은 조치를 취해 또다시 유저들의 빈축을 샀다.

올 1월부터 시작된 이 사건은 급기야 '트럭시위'까지 촉발시켰다. 리니지M 유저모임은 지난 5일 엔씨소프트 판교본사와 국회의사당에서 트럭시위를 진행한데 이어, 오는 9일까지 판교 본사와 국회의사당, 창원 NC파크를 돌면서 트럭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트럭시위를 주도한 총대 유저는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준수해 트럭만 운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뉴스트리와 전화통화에서 "일부 이용자 분들이 불편해 하시는 내용들 잘 알고 있고 해소하기 위한 조치들을 진행해왔다"며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 검토하며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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