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홍수·산사태로 1100여명 희생...원인은 '기후변화·난개발'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12-02 17: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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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말와나의 홍수 피해 지역 (사진=연합뉴스)

우기에 접어든 동남아시아가 역대급 폭우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현재까지 1100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앞으로 희생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과 인도네시아매체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폭우가 내린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지역 3개 주에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604명이 숨지고 464명이 실종됐다.

북수마트라주, 서수마트라주, 아체주 등 3개 주에서 이번 홍수로 2600명이 다치고 57만명가량이 집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가 파손되고 통신망까지 끊긴 일부 지역에는 구조대가 아직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EFE통신은 이번 피해로 인한 인도네시아 전체 손실액이 40억달러(약 5조8000억원)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인도네시아에서는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국가 재난사태는 2004년 23만명이 사망한 인도양 쓰나미 참사와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등 최근 30년동안 단 3차례만 내려졌다.

남아시아 국가인 인도양 섬나라 스리랑카에서도 홍수와 산사태로 366명이 숨지고 367명이 실종됐다. 스리랑카 재난관리센터는 110만명 이상이 피해를 보았고, 집을 잃거나 고립된 20만명가량이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당국은 쓰레기와 고인 물로 인해 뎅기열을 포함한 감염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태국의 남부 일부 지역에는 300년만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져 176명이 사망했고, 12개 지역에서 400만명가량이 피해를 보았다. 인근 말레이시아 7개 주에서도 홍수로 2명이 숨지고 약 3만4000명이 대피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의 원인이 기후변화와 함께 난개발과 부실한 재난방지 시스템에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사이클론(열대성 저기압)이 몬순(monsoon) 우기와 맞물려 발생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1만7000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서는 보통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우기가 이어지고, 이 기간에 홍수와 산사태가 자주 일어난다. 여기에 최근 사이클론 '세냐르'가 이례적으로 믈라카 해협의 적도 바로 위쪽에서 형성돼 인도네시아 등지에 큰 피해를 입힌 것이다. 보통 사이클론은 인도네시아 등이 있는 적도 인근에서는 거의 형성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은 "최근 5년동안 사이클론 빈도가 늘고 있다"며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면 인도네시아가 인도양과 태평양 양쪽에서 발생하는 사이클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BRIN) 기후대기센터 소속 에르마 율리하스틴 교수는 자카르타포스트에 "믈라카 해협이 얼마나 좁고 적도에 가까운지 생각하면 (사이클론) 회전은 거의 불가능해야 한다"면서도 "회전력이 대체 어디서 생겨나는지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스리랑카는 사이클론 '디트와'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았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늦게 발생한 태풍이 종종 11∼12월 몬순 비와 겹치지만, 스리랑카가 포함된 남아시아에서는 드문 현상이다.

기상전문가들은 온실가스가 대기권 내 열을 가두고, 이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사이클론이 더 빠르게 형성되고 강도도 세졌다고 분석했다. 따뜻한 공기는 더 많은 수분을 머금을 수 있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로 잠재적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우기 때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는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장기간 이어진 난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도 홍수와 산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최근 수마트라섬에서 홍수로 유실된 목재가 불법 벌목과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2022년 국가 부도 사태로 긴축 재정 정책을 추진 중인 스리랑카에서도 재난을 막기 위한 기반 시설 유지·보수 예산이 부족해 댐과 제방 관리가 부실한 실정이다.

환경단체 '사타야 부미'는 특히 이번에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북수마트라주에서 광범위한 벌목과 토지 개간으로 산림이 훼손됐고, 지반이 비를 저장하는 능력이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광산 확장, 대규모 인프라(기반시설) 개발, 산림 훼손이 결합해(이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며 "유수지가 사라지고 지형이 극단적으로 변하면서 돌발 홍수와 산사태 위험도 급격히 증가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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