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30] 성별의 정의 둘러싼 논쟁에...여성 지원계획 좌초 위기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5-11-14 12:00:32
  • -
  • +
  • 인쇄
▲원주민 우라리나 여성과 아이들 (사진=AP 연합뉴스)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채택될 '젠더 행동계획'을 앞두고 일부 국가가 '젠더' 정의에 이견을 제기하며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COP30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여성과 취약집단의 경험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젠더 행동계획이 논의된다. 그러나 사전협의에서 아르헨티나·파라과이 등이 '젠더'를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성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논쟁이 불거졌다. 바티칸도 '젠더' 대신 'sex' 사용을 제안했고,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이란·이집트 등도 유사한 입장을 보였다.

여성권리 단체들은 이를 유엔 체계가 쌓아온 포용적 젠더 표현을 후퇴시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코스타리카 전 외교차관 로레나 아길라르는 "일부 국가는 우리를 30년 전으로 되돌리려 한다"며 "이미 합의된 기준 아래로는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성별 격차를 심화한다. 물·식량 불안정이 심해질수록 여성의 돌봄·생계 부담은 커지고, 재난 이후 여성 대상 폭력이나 조혼 증가도 보고된다. UN우먼은 2050년까지 기후위기로 식량 불안정에 놓일 여성·소녀가 최대 2억 3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여성은 기후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전히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젠더 행동계획은 각국 정책 설계에 젠더 관점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EU·캐나다·노르웨이는 젠더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교차성', '성다양성' 등을 문서에 포함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 국가는 문화·법 체계와 충돌한다며 반발했다.

여성환경개발기구(WEDO)는 "젠더 정의 논쟁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본질적 논의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도국 활동가들은 핵심은 용어가 아니라 재정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2년 기후적응 공적원조 가운데 젠더가 주요 목표인 사업은 4%에 불과하다.

브라질 젠더 고위대표 바네사 돌스치 데 파리아는 "젠더 관점 없는 기후정책은 효과적일 수 없다"고 말했다.

COP30에서 젠더 행동계획이 어떤 형태로 합의될지는 미지수지만, 이번 갈등은 기후정책 협상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우리은행, 1500억 녹색채권 발행…녹색금융 지원 확대

우리은행이 15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하며 친환경 분야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우리은행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

"페트병 모아 사육곰 구한다"...수퍼빈, 곰 구출 프로젝트 동참

AI 기후테크기업 수퍼빈이 이달 1일 녹색연합과 함께 사육곰 구출프로젝트 '곰 이삿짐센터'를 시작하며, 전국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자원순환형 기

아름다운가게, 돌봄 공백에 놓은 아동·청소년 돕는다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가 재단법인 서울시복지재단, 사단법인 피스모모와 함께 13일 협약식을 갖고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연결 및 지원사업-함께

LG CNS 'LG ESG 인텔리전스' ASOCIO 어워드 ESG 수상

LG CNS가 자체 개발한 ESG 데이터 플랫폼 'LG ESG 인텔리전스'로 국제적 권위가 있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정보산업기구(ASOCIO) 어워드에서 'ESG 부문'을

'새벽배송 금지' 놓고 극과극 입장차...합리적 해법 나올까

최근 발생한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새벽배송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다. 숨진 노동자는 극심한 업무강도에 시달린 것

"국민연금, ESG 원칙 위반한 키움·흥국증권을 거래사로 선정"

국민연금이 ESG 경영 강화를 내세우며 거래증권사 평가에서 ESG 비중을 확대했지만, 신규 석탄발전소 채권을 주관한 증권사들이 여전히 거래증권사 명

기후/환경

+

조류도감 덮친 남대서양 '비상'...코끼리물범 절반 '떼죽음''

남대서양의 코끼리물범 절반 이상이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남극조사단(British Antarctic Survey,BAS)은 "현지 조사 결과,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대형

[COP30] 성별의 정의 둘러싼 논쟁에...여성 지원계획 좌초 위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채택될 '젠더 행동계획'을 앞두고 일부 국가가 '젠더' 정의에 이견을 제기하며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태양광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연료로?...'인공 광촉매' 개발

태양광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메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촉매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인수일 에너지공학과 교수연구팀

[주말날씨] 맑고 온화한 가을...17일부터 기온 '뚝'

이번 주말은 대체로 맑고 온화한 늦가을 날씨를 보이겠다. 당분간 내륙·산지를 중심으로 아침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고, 내륙을 중심으로 일교

5년내 화석연료 종말?...IEA "재생에너지로 공급체계 대전환 궤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공급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5년 내에 화석연료 시대가 사실상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12일(현지시간) 국

[COP30] 年 1.3조달러 누가 낼건데?...기후재원 논의 본격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연간 1조3000억달러 기후대응 재원(NCQG)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를 놓고 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