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펠]"숲도 지키고 농민도 살려야죠"...농촌 바꾸는 인니 기업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5-11-06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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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

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일상생활 속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사회혁신리더를 선발해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편집자주]


▲인도네시아 자바프레시의 창업가 마가레타 (사진=아름다운가게)

팜유을 심기 위해 베어지는 나무 그리고 숲이 사라지면서 생계를 위협받는 농민들. 한때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울창한 숲을 자랑하던 잠비(Jambi)주는 팜유와 고무같은 돈이 되는 나무를 심기 위해 마구잡이로 훼손되면서 숲이 빠르게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플랜테이션(단일재배 농장)이 들어서 있다. 토착 농민들은 더 이상 숲에 기대어 살아갈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나선 사람은 바로 인도네시아의 사회혁신가 마가레타 아스타만(Margareta Astaman)이다. 그는 농민이 숲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바프레시'(Java Fresh)를 설립하고, 지속가능한 농업과 공정한 거래로 숲과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펼치고 있다.

'숲을 지키는 게 곧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해내고 있는 마가레타를 본지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바프레시는 아름다운가게의 아시아 뷰티풀펠로우 4기로 선정된 곳이다.

◇ 숲도 보존하고 농가 수익도 올리는 사업

그는 어떤 계기로 숲과 농민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일까. 마가레타는 "기자시절 현장을 다닐 때마다 나무가 베어나가는 소리를 들었다"며 "여러 품종을 심으면 수익이 안나온다는 이유로 단일품종을 심는 농장들이 점점 늘어났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소농들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림면적이 전체의 32%에 달하던 잠비주는 산림벌채로 5500만평 이상의 숲이 사라졌다. 이는 인천공항의 약 1.3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숲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플랜테이션이 들어서면서 작은 땅에 기대어 생계를 이어가는 소농들은 벼랑끝에 내몰렸다.

마가레타는 "이런 악순환을 끊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전역의 소농들과 협력해 숲을 보존하면서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생태계를 만들기로 작정하고 자바프레시를 설립했다는 것.

자바프레시는 소농들이 한 가지 작물이 아닌 여러 작물을 함께 심는 다품종 재배방식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마가레타는 "나무를 베어서 내다팔면 500달러 정도 벌지만 그 나무를 살려두고 열매와 작물을 수확해서 팔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득한 끝에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480명의 소농들을 끌어들였다.

주로 재배하는 작물은 망고스틴, 뱀피열매(살락), 람부탄 등 열대과일들이다. 농가에서 생산한 과일들은 국제기준에 맞춘 선별과 등급 시스템으로 엄격하게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또 이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마가레타는 "품질이 좋으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숲과 소득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과일을 선별하고 포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여성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사진=자바프레시)


◇ 품질관리 위해 생산지 이력시스템 도입

농가에서 처음 수확한 과일들의 품질은 좋지 않았다. 국제기준에 미치는 비중은 30%에 불과할 정도였다. 그래도 농가에서 생산한 모든 과일은 품질을 따지지 않고 매입했다. 마가레타는 "당신이 키운 것을 우리가 믿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자바프레시의 이런 노력은 결국 인도네시아의 선결제 관행 '이존(Ijon)'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존'은 작물이 자라고 있는 상태에서 중간상인이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입도선매'인 셈이다. 이미 돈을 받은 농민은 굳이 품질을 높일 이유가 없다. 품질이 나쁘니 당연히 가격은 떨어진다.

"우리가 그 구조를 바꿨다"고 말하는 그는 "일부금액을 선지급하고 잔금은 실제 수확된 과일의 품질에 따라 지급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품질이 우수하면 수익이 더 늘어난다는 것을 농민들이 자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바프레시는 생산지 추적시스템도 도입했다. 어느 농장에서, 누가 어떤 작물을 키웠는지를 상세히 기록하도록 해 농민들이 스스로 품질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했다. "값비싼 항공 대신 해상으로 운송해도 망고스틴의 신선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도 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마가레타는 "이 기술은 물류비와 탄소배출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농가의 수익향상뿐 아니라 포장과 선별과정에서 여성 고용이 늘어나면서 가정이나 마을에서 여성들의 입지도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는 "농촌 여성들은 일자리나 교육 기회가 부족하다"며 "포장시설에서 일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니까 이제는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자바프레시는 2027년까지 소농을 3800명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농업기술교육과 여성일자리도 300개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마가레타는 "굳이 농사를 짓지 않아도 소비자로서 이 흐름에 참여할 수 있다"며 "소비자가 바뀌면 생산자도 바뀌고 결국 숲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드러냈다. 그와 함께 하는 자바프레시의 여정은 지속가능성을 현실로 풀어내는 시험대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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