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나 생물권보전지역 대부분이 폭염·산불·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환경전문 뉴스포털 몽가베이(Mongabay)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2200여곳의 보호지역을 분석한 결과, 98%가 2000년 이후 최소 한 차례 이상 극단적 기후현상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유네스코 보호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기후영향평가를 실시한 첫 연구다.
이번 연구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유럽우주국(ESA)이 공동으로 참여했으며, 2000~2023년 위성관측 및 기후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수행됐다.
연구진은 "세계유산 대부분이 폭염·가뭄·홍수·산불 등 다양한 기후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이는 단순한 환경 훼손이 아니라 생태계 기능과 지역 공동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대표적 피해 사례로 호주 대산호(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백화현상과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반복적인 침수, 미국 옐로우스톤국립공원의 대형 산불 위험 증가 등이 꼽혔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재해가 과거보다 빠르고 강하게, 더 넓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종전처럼 보존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짚었다. 기후적응(adaptation)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보호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각국 정부와 유네스코가 함께 '유산 복원력(resilience)'을 높이기 위한 대응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세계유산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인류의 기억이 담긴 공간"이라며 "이들이 기후위기에 무너진다면 문화적·생태적 손실은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기후과학전문 학술지 '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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