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양일간 열리는 '제33회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2025 경주 APEC)'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이래 20년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정상급 회담에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총력전에 돌입했다.
APEC에 참석하는 21개국의 GDP는 전세계의 62.2%, 총 교역량은 50.1%를 차지한다. 소위 말하는 강대국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다. 단순 이벤트가 아닌 국가 브랜드, 신뢰도 문제와 직결돼있는 중요한 자리인 것이다.
이에 경주시는 '문화 APEC'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문화행사·한복패션쇼·K-팝 공연을 통해 역사적·문화적 차별화를 꾀하고 경주를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마이스(MICE) 업계 전문가들은 경주가 국제회의를 치를 준비가 충분치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상급 회의를 주관한 경험이 많은 PCO업계 한 관계자는 29일 뉴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마이스의 기본은 먹고 자고 움직이는 것, 즉 이동과 숙박, 음식이 보장돼 있고 여기에 관광과 쇼핑 인프라까지 갖춰져야 하는데 경주는 이런 기본조건이 너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경주는 5성급 호텔이 힐튼호텔과 라한셀렉트호텔뿐이어서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경주 APEC준비지원단 관계자는 "정상 및 장·차관들 숙박은 전혀 문제없다"며 "주요 대표단의 수용도 시내 숙박시설로 충분하다"고 잘라말했다.
비싼 경주시의 물가도 오점으로 남을까하는 걱정도 나온다. 성수기 경주시 숙박비는 가장 저렴한 모텔도 기본 10만원 이상이며, 시내 호텔 숙박비는 20~40만원에 달한다. 경주시는 비수기 대비 성수기 요금이 20% 이상 오르지 않도록 지역 숙박업체들과 합의했다고 하지만, 강제력이 없어 권고에 그치는 수준이다.
회의장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떠오른다. 보통 APEC 정상회의는 이틀에 걸쳐 두 차례 회의가 열린다. 회의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개최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경주에서 회의할 만한 공간은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뿐이다. 때문에 이번 APEC 회의도 이곳에서만 두번 열린다. PCO 관계자는 "APEC 개최장소는 그 자체로 상징을 갖는데, 회의 개최장소가 2곳이 아닌 1곳으로 줄어드는 것은 큰 손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뿐만 아니라 'APEC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만찬장과 각국 기자단이 이용할 국제미디어센터, 경제전시장을 마련하느라 수백억을 들여 가건물을 급히 짓고 있다.
경주에 이전부터 지역 마이스 기반이 있었다면 중간 이상 규모의 국제회의 진행은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주는 마이스 물류 운송을 비롯한 인프라가 없다보니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사실 우리나라는 10년전인 2014년에 '2025 APEC' 개최지로 선정됐다. 회의를 준비할 수 있는 10년이라는 기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손을 놓고 있다가 마감이 임박해 도시를 급히 선정하면서 졸속으로 진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PCO 관계자는 "일찌감치 개최 도시를 선정하고 인프라를 마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마이스 전문성이 부족한 인원들이 APEC 준비를 주도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행사를 무사히 치르는 것에만 몰두하면서 APEC을 통해 지역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큰 국제행사가 열리는 지역주민들과 사전에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역민들은 교통체증 등 불편을 떠안는데 숙박·식음료 등 소비는 다른 지역으로 분산돼 내수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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