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적으로 수은 배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북극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체내 수은 농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과 코펜하겐대학 연구팀은 지난 40년간 그린란드 전역에서 채집한 북극곰, 물개, 해수어류, 담수어류, 조류, 이탄 등 700개 이상의 시료에서 수은의 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한 결과 체내 수은 농도가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북극곰, 이빨고래 등 북극 최상위 포식자들의 체내 수은 농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최대 30배까지 높아졌다. 과학자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전세계적인 규제로 수은 배출량이 줄어들면서 생물 체내 수은 농도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원인은 바다에 녹아있는 수은과 이를 옮기는 해류로 지목됐다. 수은은 석탄 연소, 금 채굴 과정 등에서 배출되며, 대기 중에 최대 1년간 머무를 수 있다. 그런데 수은이 바닷물에 침전되면, 최대 300년까지 머무르게 된다. 또 바닷속 수은은 해류를 타고 이동한다.
연구진이 북극 동물들의 체내에서 검출된 수은의 출처를 추적해보니, 서그린란드 중앙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체내 수은은 대서양에서 유입된 해류의 특징을 띠었고, 북동부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체내 수은은 북극 분지에서 유입된 고농도 수은의 흔적이 나타났다.
40년 넘게 북극 생물들의 체내 수은 농도를 모니터링해온 오르후스대 룬 디츠 박사는 "1970년대 이후 전세계 수은 배출이 줄었음에도 북극의 수은 농도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19~20세기 석탄이 주에너지원이던 시대에 배출된 수은이 해양에 엄청난 양으로 축적돼 있고, 이들이 매우 느리지만 확실하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은은 동물의 면역체계, 번식 기능, 감각 기능 등에 영향을 미치며 생존과도 직결된다. 현재 물개, 북극곰, 바닷새 등은 이미 면역 억제나 호르몬 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의 수은이 검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극의 해양 생물을 주요 먹거리로 삼는 원주민들도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