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운 탄소세'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IM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에서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부속서를 개정해 '넷제로 프레임워크'(Net-Zero Framework) 내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조치 규제'를 공식 승인했다. 이 규제는 오는 2027년부터 5000톤 이상 대형 선박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해운업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물류 수요 증가와 함께 그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해운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은 각국 정부가 아닌, 국제기구인 IMO 차원의 규제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파리기후변화협정 결과에 따라, 해운 부문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는 포함되지 않고 '국제 벙커링'이라는 독립 항목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IMO는 2023년 '2050 탄소중립'을 공식 목표로 설정했으며, 이번 MEPC 83에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기조치'(Mid-term measures)를 주요 의제로 논의했다. 그 결과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조치 규제안'을 포함한 넷제로 프레임워크가 최종 승인됐다.
규제안의 핵심은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의 '온실가스 집약도'(GFI, Greenhouse Gas Fuel Intensity), 즉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기준으로 감축 목표를 정하고 이행 여부를 평가하는 데 있다.
가령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선박의 경우, 초과 배출량만큼 벌금 개념의 '보완 단위'(RU, Remedial Unit)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탄소세를 납부해야 한다. 반면 목표보다 더 많은 양을 감축한 선박의 경우, 남은 감축분을 '초과 단위'(SU, Surplus Unit)로 인정받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는 탄소 배출을 적게 할수록 선박에 인센티브가 돌아가는 구조로, 국제 해운업이 온실가스 배출이 보다 적은 연료를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기능적 조치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또 이번 합의는 수년에 걸친 논의와 복잡한 외교 협상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번 MEPC 83에서도 화석연료 경제 기반의 국가들이 기후위기 취약국이 주장하는 조치에 강력히 반대하는 등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는데, 이러한 난항을 거쳐 국제 해운 부문 온실가스 감축의 첫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만을 내리기엔 어렵다. 이번에 승인된 연간 감축 목표량은 2023년 IMO 176개 회원국이 합의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교통·환경 싱크탱크인 T&E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계획이 온전히 이행되더라도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률은 최대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3년 IMO가 제시했던 '2030년까지 20~30% 감축' 한참 못 미치는 수치로, 기존 목표를 달성하는 것조차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오는 10월 예정된 넷제로 프레임워크의 최종 채택 과정에서 세부 규칙에 대한 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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