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철강이 올해부터 연간 1조원이 넘는 관세를 물게 생겼다. 미국은 자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일괄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관세를 단순화한다"고 밝히며 알루미늄·철강 제품에 무관용으로 25% 관세를 적용한다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전날 백악관에서는 '추가 관세'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추가 관세가 아닌 일괄 관세였던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첫 임기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수출량을 이전 3년간 연평균 수출량의 70% 이하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수용하는 대신 관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3월 12일자로 쿼터제가 모두 폐지되면서 이날부터 한국산 철강 제품들도 예외없이 25% 관세를 물게 됐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철강·알루미늄 업계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미국은 국내 주요 철강 수출국 중 하나로 전체 수출 비중의 13%를 차지한다. 미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액은 약 4조2000억원으로 쿼터제 적용에 무관세 혜택을 받았다. 이 수출액을 기준으로 25% 관세를 계산하면 대략 1조500억원이다. 지난해 대미 알루미늄 수출액도 약 1조1300억원이었다.
게다가 이번에 관세를 적용하는 품목의 범위도 확대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주로 가공을 거치지 않은 철강재와 1차 알루미늄 등 비가공 소재였지만 이번에는 자동차와 고층빌딩에 들어가는 자재용 제품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중"이라고 밝혀 한국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자동차 업종은 지난해 1~3분기 북미 시장에서 매출 100조원대를 달성했으며, 반도체 역시 빠르게 성장해 지난해 114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며 관세 전쟁이 벌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한국 수출이 최대 65조원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만일 IT·전기전자, 반도체, 자동차 등으로도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북미 매출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이틀 사이에 각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만큼 상대국 제품에 관세율을 부과하는 개념의 '상호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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