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이 나흘째 진화율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서울면적의 4분의 1이 잿더미가 됐다. 피해규모도 88조원에 달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와 LA 카운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LA 카운티에서 5건의 산불이 지속되고 있다. 산불의 피해 면적을 모두 합하면 약 148㎢로, 서울시 면적(약 605㎢)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서부 해변의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발생한 가장 큰 산불인 '팰리세이즈 산불'은 피해 면적이 2만438에이커(82.7㎢)로, 하루 사이에 13㎢가량 더 커졌다. 진압률은 8%에 불과하다.
한인들의 주요 거주지 인근인 동부 내륙 알타데나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의 피해 지역도 1만3690에이커(55.4㎢)로, 하루 전보다 12㎢가량 더 늘었다. 이곳 진압률도 고작 3%다.
LA 북부 샌퍼넌도 밸리에서 발생한 '허스트 산불'과 LA 북단 매직마운튼 인근에서 발생한 '리디아 산불'은 각각 3.1㎢, 1.6㎢의 피해를 내며 전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각각 37%, 75%의 진압률을 보이며 진정세에 있다.
할리우드 인근에서 발생했던 '선셋 산불'은 전날 완전히 진화됐지만, 전날 오후 3시 34분께 북부 벤투라 카운티와 인접한 지역에서 추가로 산불(케네스 산불)이 발생하면서 하루도 채 되지 않아 1000에이커(4㎢)를 태웠다.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10명이며 피해 규모는 88조원이 넘고 있다. 미국의 대형 금융사 웰스파고는 이번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총 600억달러(약 88조4160억원)를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또다른 금융사 JP모건은 이번 화재 관련 보험 손실액만 200억달러(약 29조4720억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소 1만채의 건물이 산불로 파손됐으며, 더딘 진화율 때문에 피해 주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할리우드 스타들과 재력가들이 많이 사는 부촌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는 산불로 최소 5300채 이상의 주택이 불탔다. 이튼 산불지역에서도 4000여 채가 파괴됐다.
LA 카운티 내에서 대피령 아래에 놓인 주민은 총 15만3000명이고, 위협을 받는 건물도 5만7830채에 달한다. 미국의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LA 카운티 내 8만7394가구(상업시설 포함)에 전기 공급이 끊겨 있다.
산불은 여전히 진압되지 않아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당국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산불 진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날 펠리세이즈 산불 현장에서는 화재 진화를 위해 투입된 2대의 항공기 중 1대가 민간인이 날린 드론과 충돌해 일부 파손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혼란 속에서 범죄도 기승을 부리며 치안에 비상이 걸렸다. 주민들이 대피하고 빈 집이나 상점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는 범죄가 늘어난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약탈 혐의로 최소 20명이 체포됐다. LA 카운티 로버트 루나 보안관은 이날부터 모든 강제 대피 구역에 야간(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방화를 시도하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경찰은 전날 오후 4시 32분께 케네스 산불이 발생한 우드랜드 힐스 인근에서 한 남자가 불을 지르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이 남성을 체포했다. 이 남성이 해당 지역의 최초 산불과 관련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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