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0일자로 임기를 마감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면적의 11배에 달하는 해양을 원유와 가스 시추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석유 및 천연가스 시추와 그로 인한 피해로부터 (미 본토의) 동서 해안, 멕시코만 동부, 알래스카의 북베링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며 미국 연안에서 신규 원유·가스 개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시추금지 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대서양과 태평양, 멕시코만 등으로, 6억2500만에이커(252만9285㎢)에 달한다. 이는 한반도 면적 22만3617㎢의 약 11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10년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대규모 원유 유출 사고로 11명이 숨지고 해양이 오염된 사실을 상기하며 "기후위기가 공동체를 계속 위협하고 있고, 청정에너지 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아이들과 손주들을 위해 이 해안을 보호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 사이에서 택일할 필요는 없다"며 "우리의 바다를 건강하게 하고, 해안선을 회복력 있게 만들며, 거기서 생산되는 먹거리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과, 에너지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금지조처는 제정된지 72년 된 연방법률인 '외대륙붕법'(Outer Continental Shelf Lands Act)에 기반하고 있다. 이 법은 미국의 특정수역을 석유 및 가스 개발로부터 영구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광범위한 재량을 대통령에게 주고, 개발금지 지역 지정을 철회할 수 있는 명확한 권한은 대통령에게 부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금지조치를 뒤집으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차기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바이든의 금지조처에 대해 "즉시 금지를 해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 대대적인 시추 확대를 공약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웃기는 일"이라며 "내게는 금지를 해제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2주전 이같은 발표를 한 것으로 보아,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친환경 정책 성과를 지키기 위해 '대못박기'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정면충돌하는 셈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인 지난 2017년, 연안 시추를 제한한 전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조처를 뒤집고 행정명령을 통해 북극과 대서양 등에서 연안 시추작업을 확대시킨 바 있다. 당시 이에 대해 미국 법원은 지난 2019년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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