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4] '가장 더운 해'...세계 강타한 '기상이변 10대 뉴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12-27 11: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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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역대급 폭염이 이어졌던 2024년은 관측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달초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발표에 따르면 11월 평균 전세계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62℃ 상승하면서 올해 지구평균기온이 1.60℃에 도달했다. 이 추세로 가면 2023년에 기록된 1.48℃를 넘어서는 것이다.

기후학자들의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올해 지구촌 곳곳에서는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이 끊이지 않았다. 극심한 가뭄이 브라질과 아프리카 등을 강타했고, 이 가뭄은 대형 산불로 이어졌다. 해수온도까지 오르면서 수퍼급 태풍과 허리케인도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일으켰다. 

이외에도 1년치 비가 며칠 사이에 내리거나, 한달치 비가 하루에 몽땅 퍼붓는 등의 극단적인 폭우피해가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문제는 이같은 이상재해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극심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 한해 지구촌을 뒤흔든 '기후재난 뉴스'를 뉴스트리가 정리해봤다.

[1] 사우디 폭염···성지순례객 1000명 넘게 사망

올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한낮기온이 52℃에 이르는 살인폭염이 덮치면서 이슬람 성지순례 도중 사망한 사람이 무려 1301명에 이르렀다. 사망자가 지난해의 6배에 달했다.

숨진 사람의 83%가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입국한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열사병 치료를 받은 사람도 46만명이 넘었다. 사우디 정부는 성지순례 참가인원을 제한하기 위해 국가별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입국한 순례자들이 대부분 폭염 희생자가 됐다.

사우디는 메카 대사원 마스지드 알하람의 기온이 섭씨 51.8℃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성지순례 지역의 기온이 10년마다 0.4℃씩 오르고 있다. 

[2] 中 화염산 지표면 81℃까지 치솟아

중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인 신장 위구르자치구 투루판 분지에 속한 화염산의 지표면 온도는 6월부터 무려 81℃까지 치솟았다. 실외기온도 40℃를 넘었다. 허베이성 중남부와 산둥성, 허난성, 안후이성 북부 등 북부지역 일부 지표온도도 70℃를 넘겼다.

지표면이 70℃ 넘도록 달궈지자 맨발로 놀던 아이가 발바닥에 화상을 입는가 하면 한낮에 등산을 간 20대 여성은 열사병으로 숨지기도 했다. 중국 남부 일부지역은 폭염에 가뭄으로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중국 기상당국은 이번 더위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위의 직접적인 원인은 몽골지역에서 형성된 고기압의 영향으로 서쪽에서 뜨거운 공기가 유입되기 때문이다. 몽골지역 고기압은 인도양의 대류 현상에 의해 형성되는데, 최근 인도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대류 활동이 더 활발해졌고 이로 인해 몽골지역 고기압이 크게 발달하면서 중국 곳곳에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다.

(사진=중국 바이두 캡처)

[3] 美 북동부···6월 30~40℃ 폭염 일상화 

폭염은 미국 중서부에서 동북부까지 뒤덮었다. 미국 인구 3억명 가운데 약 절반인 1억4630만명, 동부에서만 약 1억명이 폭염 영향권에 놓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역대 최고기온인 49℃를 기록하며 가정집 유리창이 고온에 견디지 못하고 깨져버렸다. 워싱턴DC와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노스캐롤라이나 동부, 버지니아 남동부 등의 체감온도는 41~43℃에 이르렀다. 뉴욕, 워싱턴DC를 포함한 동부 여러 도시는 이미 최고 기온 38℃에 달했다. 이는 평년보다 5~9℃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네바다주와 텍사스주 등 6개 주에서 최소 38명이 열질환으로 숨졌다. 한 주동안 최소 28명이 폭염으로 사망했으며 달궈진 차 안에 방치됐다가 숨진 아이들도 최소 10명에 달했다.

미 서부 일부지역에서는 극한더위로 구조헬기와 비행기조차 뜨지 못했다. 뉴욕의 회전식 교량인 브링브릿지도 더위에 고장이 났다. 워싱턴DC 개리슨 초등학교 교정에 설치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밀랍 조형물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사진=연합뉴스)

[4] 잦아진 美 대형산불···폭염과 가뭄이 원인

일상화된 폭염과 가뭄으로 바싹 마른 미국의 숲에는 산불이 잦아졌다. 급기야 로스엔젤레스 북서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여의도의 20배에 달하는 56.65㎢의 면적을 불태웠다.

인근 휴양지에 머물던 1200여명이 대피하고 화재지역과 인접한 피라미드 호수 일대가 폐쇄됐으며 화재로 인해 상업용 건물 2채가 무너졌다.

미 서부해안의 휴양지 말리부에서도 산불이 일어나 여의도의 4배에 달하는 16.2㎢ 면적이 잿더미가 됐다. 산불은 시속 65㎞에 달하는 돌풍 '샌타애나'를 만나 몸집을 40% 더 키웠다. 이번 산불로 말리부 해변에 있는 8000채가 넘는 고급주택들이 위험에 빠졌으며, 1만2600여명이 넘는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기후위기로 잦아진 산불은 블랙카본이 가득 찬 '화염적란운'을 형성해 다시금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반복시킨다. 또 산불 연기에 숨진 이들은 60년 사이 19배 가까이 늘어났다.

[5] 남미의 극한가뭄···바닥 드러낸 아마존강

남미 아마존강은 2년간 이어진 극심한 가뭄에 바닥을 드러냈다. 올 10월에는 아마존의 가장 큰 지류인 솔리모에스 강과 리오 네그로 강이 57년만에 가장 낮은 수위를 기록했다. 마데이라강 수위는 지난 9월 0.71m를 기록하며 1967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저점을 찍었다.

강이 말라붙고 배가 다닐 수 없게 되면서 주민들은 생계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물과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학교에도 병원에도 가지 못하는 어린이는 약 50만명에 달했다. 아마존강돌고래 수백마리가 높은 기온에 폐사하고, 강이 흘렀던 곳에는 넓은 모래사장만 남았다.

아마존강 수위가 최저점을 찍으면서 2~3세기 전 강바닥에 가라앉았던 유물들까지 나타났다. 마데이라강 바닥에서는 19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난파선도 발견됐다. 솔리모에스 강바닥에서 18세기에 축조된 요새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고, 8월에는 요새 방어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대포가 발견됐다. 지난해도 가뭄으로 리오 네그로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2000년전 유적으로 추정되는 고대 암각화가 드러나기도 했다.

(사진=G1 방송화면 캡처)

[6] 스페인 기습폭우···폭염이 피해 키웠다

이상폭염은 해수면 온도를 상승시켜 수증기를 증가시키고, 폭우와 태풍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스페인 기습 폭우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동·남부에는 하루 최대 200㎜의 비가, 안달루시아 지역 일부에서는 500㎜까지 퍼부었다. 넉달치 내릴 비가 하루에 모두 쏟아졌다.

일부 지역에는 2시간만에 1평방미터(㎡) 당 150~200ℓ의 비가 내리며 흙탕물이 도로와 집을 집어삼켰다. 폭우로 사망한 사람은 158명에 달했다. 4500여곳의 사무실과 가게들이 이 흙탕물에 파묻혔고, 5만헥타르(ha)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경제적 손실은 100억유로(약 15조300억원)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지중해의 온도와 습도가 크게 높아진 것을 폭우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중해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약 1만m 상공에 있는 영하 75℃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서 강한 폭풍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7] 중국 남부 강타한 폭우···연이은 '물난리'

중국 남부에서도 7월에 폭우가 내리면서 양쯔강 중하류가 범람해 24만2000명이 대피했다. 강수량은 안후이성 내 387개 기상관측소에서 100㎜, 최대 266㎜까지 관측됐다. 안후이성의 20개 강과 6개 호수는 몇일간 계속된 폭우로 경고 수위를 넘어섰고 양쯔강 중하류의 51개 하천 모두 경계수위 이상의 홍수가 발생했다. 양쯔강 유역 4개 성엔 3급 홍수 경보가 내려졌다.

우후시의 약 12m짜리 조각상은 거의 물에 잠기고, 후난성 웨양시에서는 주거지 침수와 산사태, 도로와 교각이 붕괴했다. 후베이성 우한시는 강변에 설치된 갑문 132개 가운데 절반 이상을 닫았다. 지난 2020년 3700만 명 넘는 이재민을 낸 양쯔강 홍수 이후 4년만의 갑문 폐쇄다. 연안 항만이 폐쇄되고 선박운행도 중단됐다. '홍수 방지용 장벽'까지 설치됐다.
 
같은달 푸젠성에서는 슈퍼태풍 개미가 하루 최대 670㎜의 폭우를 뿌렸다. 광둥성·광시좡족자치구·후난성·후베이성·산둥성·랴오닝성·지린성 등 중국 중부·남부·동부 지역 대부분이 모두 물에 잠겼다. 헝양시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한 숙박업소에 있던 21명이 매몰돼 이 가운데 15명이 숨졌다. 

62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농작물 피해 면적은 85.13헥타르(ha)에 달했다. 광둥성에서도 주민 총 12만5000여명이 홍수·산사태를 우려해 대피했고, 랴오닝성에서도 3만여명이 대피했다.

개미의 직격타를 맞은 대만도 당국에 접수된 피해만 1만5758건이며, 누적 피해액은 약 75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만 북동부 타이핑산의 누적 강우량은 무려 1264㎜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남부 가오슝, 핑둥, 중남부의 자이 산지에 총 1500㎜ 이상의 비가 쏟아졌다. 

(사진=연합뉴스)

[8] 뜨거워진 바다···11월 4개 태풍 동시 발생

이처럼 슈퍼태풍이 연달아 발생하는 데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이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지구 평균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 시기 평균보다 1.54℃ 높아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됐다. 이로 인해 올해 해수면 온도가 이례적으로 높아지면서 더 강한 태풍이 더 많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11월 서태평양에서는 7년만에 처음으로 4개 태풍이 동시에 발생했다. 특히 필리핀은 한달 사이에 태풍을 여섯번이나 맞으면서 쑥대밭이 됐다. 10월 하순부터 태풍 '짜미'를 시작으로 '콩레이', '인싱', '도라지', '우사기'가 연달아 들이닥쳤고 짜미와 콩레이로 인해 최소 163명이 숨지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최대 순간 풍속 시속 240㎞의 초강력 태풍 '만이'는 필리핀 카탄두아네스주 지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75만명이 대피하고 수많은 주택과 학교 등 건물들이 부서졌으며, 바닷가에서는 해일이 7m 이상 치솟았다. 또 많은 전신주와 나무가 쓰러지면서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었고, 국제공항 최소 2곳과 국내선 공항 26곳이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섬 사이를 잇는 페리들도 운행을 중단해 관광객 수천명의 발이 묶였다.

이어 슈퍼태풍 '야기'로 인해 필리핀에서 4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베트남에서는 323명이 사망했다. 태풍 '트라미'는 필리핀에서 130명의 사상자를 냈다.

[9] 초강력 허리케인 '헐린'과 '밀턴' 美 강타

북미권도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강력해진 폭풍을 피할 수 없었다. 9월~10월 미국 플로리다는 최대풍속 시속 225㎞의 허리케인 '헐린'과 시속 195㎞에 달하는 허리케인 '밀턴'을 연달아 맞으면서 초토화됐다.

곳곳이 침수되고 전신주가 통째로 뽑혔으며, 폭풍 해일 영향으로 플로리다주 탬파 지역이 침수되고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 지역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플로리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4개 주에서 최소 230명 발생했다.

밀턴은 시속 195㎞에 달하는 강풍과 450㎜가 넘는 폭우 그리고 38건이 넘는 토네이도까지 일으키며 최소 10명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입혔다. 100여채의 주택이 파손되고 탬파 한 공동주택에는 송전탑이 통째로 날아와 건물이 반파되기도 했다. 미국 프로야구(MLB) 경기장인 트로피카나 필드도 폭우와 강풍으로 지붕이 뜯겨졌다.

세인트피터즈버그에서는 3시간동안 228.6mm의 비가 내렸다. 이 지역은 3개월에 걸쳐 내릴 비가 3시간만에 모두 쏟아진 것으로 1000년에 한번 내릴만한 양이었다. 전기와 식수도 끊기고 올랜도 공항에서는 1900여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으며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 씨월드 등 유명 테마파크도 문을 닫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케네디우주센터도 폐쇄됐다.

(사진=연합뉴스)

[10] 달라진 '태풍의 길'···이동경로 예측불가능

올해는 한반도가 직접적인 태풍 피해를 겪지 않는 기현상을 보였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기압의 움직임이 변하면서 한반도 상공에 북태평양고기압이 장기간 이어졌고, 이로 인해 태풍들이 북상하다가 고기압에 밀려 좌우로 밀려났다.

문제는 앞으로 기압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올해는 태풍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언제든 강한 태풍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태풍은 늘어날 전망이다.

과거 20% 수준이던 가을 태풍 비중이 최근 33%까지 증가했고, 특히 올여름처럼 가을에도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지 않고 한반도 주변에 자리해 '태풍의 길'을 제공할 가능성도 기후변화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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