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이 난 독버섯부터 마지판(사탕과자) 냄새가 나는 덩굴식물, 광합성을 하지 않아도 되는 꽃까지, 2024년에는 기이하고도 놀라운 새로운 식물과 균류 종들이 대거 발견됐다.
19일(현지시간) 영국의 큐 왕립식물원은 올해 172가지의 신종 식물과 균류를 명명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명명된 식물은 총 40만종이지만 과학자들은 아직 식별되지 않은 식물종이 10만종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자들은 매년 약 2500종의 신종 식물과 균류에 이름을 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일부는 이미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명명된 식물종의 약 40%가 멸종위기이며, 미기록된 식물종의 최대 75%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종의 손실은 독특한 생물학뿐만 아니라 약, 식품, 심지어 대체플라스틱으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신종 식물·균류가 환경파괴로 멸종하기전에 발견하고자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가령 '루술라 네오파스쿠아'(Russula neopascua)로 명명된 신종 독버섯은 갓 밑에 이빨과 같은 돌기가 나있다. 이 버섯은 영국 턴브릿지 웰스와 윈저 인근 숲, 스코틀랜드 애버네시에서 관련 3종이 발견됐으며, 농업으로 인한 질산염 오염 때문에 유럽 전역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생선 냄새를 풍기는 독버섯도 발견됐다. 이 독버섯은 루술라(Russula) 속에 속하며 스웨덴 북부와 노르웨이, 미국의 로키 산맥과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 발견된다.
안나 바지칼루포 큐 왕립식물원 균류전문가는 200만종 이상의 균류가 아직 설명되지 않았다고 추정하며 "이중 상당 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발견되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키타 데니세이'(Keita deniseae)로 명명된 덩굴식물은 마지판 향이 나는 리아나(열대산 칡의 일종)이다. 기니의 보이보이바 숲에서 채집됐으며 갈고리 모양 구조로 나무를 타고 올라가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맺는다.
중국 남부에서 발견된 신종 덩굴나무 3종은 밤에만 꽃을 피우고 나방에 의해 수분된다. 그 중 하나인 '체넬라 롱기스타미나'(Cheniella longistaminea)는 높이 최대 80m까지 자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목재 농장과 계피 농장 개발로 위협받고 있다.
베트남의 신종 덩굴나무인 '클로로히프티지 베나멘시스'(Chlorohiptage vietnamensis)는 시멘트 채석장으로 개간 중인 석회암 지대에서 자란다. 이 식물이 피우는 녹색 꽃은 어떤 종류의 곤충이 수분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프로티스미아과'(Afrothismiaceae)로 명명된 희귀한 식물은 카메룬의 숲에서 주로 발견된다. 광합성을 하지 않아 녹색을 띠지 않으며, 대신 뿌리에 있는 균류로부터 당을 공급받는다.
서아프리카 기니 푸타잘론의 사암 절벽지대에서 자라는 '비렉타리아 스텔라타'(Virectaria stellata)는 별 모양의 털이 수북히 나있다. 이러한 형태는 이 식물과 관련이 없는 '발레리아'(Barleria)속 식물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별 모양 털을 생성하는 유전자가 수액을 먹는 곤충을 통해 옮겨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명 '유령 야자수'라 불리는 보르네오 서부의 덩굴 야자수는 올해 '플렉토코미옵시스 한투'(Plectocomiopsis hantu)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투는 유령을 뜻하는 보르네오 지역어로, 줄기가 회색이고 잎 아랫면은 흰색이며 열대우림 세 곳에서만 발견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지역사회에서는 오랫동안 바구니를 만드는 데 이용되어 왔으며 뿌리는 식용이다.
이밖에 인도네시아의 1만7000개 섬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많은 난초들이 서식하고 있다.
마틴 치크 큐 왕립식물원 박사는 "신종을 설명할 수 있는 특권은 많은 사람이 경험하지 못할 스릴"이라며 "안타깝게도 멸종 직전에 발견되는 종이 많고, 이를 모두 찾아 설명하는 일은 시간과의 경쟁"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크 박사는 "생물다양성 손실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위기다. 사라지는 모든 미기록종은 새로운 식품이나 약이 될 수도 있다"며 식물과 균류 분류에 대한 더 많은 투자, 교육 및 대중 인식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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