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에너지 정책과 수출기업 전략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재생에너지 전환이 이미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기조가 후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정책과 산업이 연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25일 뉴스트리와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가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2025 기후통상과 에너지전환 전망과 전략'을 주제로 대선 이후 미국의 정책 방향을 전망하는 등 글로벌 에너지 정책을 전망하는 한편 기후통상에 대비한 수출기업들의 전략을 설명하는 '2024 ESG커넥트포럼'을 개최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글로벌 탄소중립 2.0 시대 '한국의 과제'라는 주제강연에서 "탄소중립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도달해야 할 미래"라며 "탄소중립 목표와 이행에 있어 에너지 전환과 연결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에서 에너지를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재당선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의 유럽연합(EU) 위원장과 트럼프가 지향하는 정책은 서로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인플레이션을 잡고, 에너지를 저렴한 가격에 확보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미 재생에너지는 원전보다 2~3배가량 저렴할 정도로 가장 값싼 발전원이 됐다는 점에서 제아무리 트럼프라 하더라도 화석연료로 회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역시 "트럼프의 선언들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혁명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폐기하려는 청정에너지 지원법 '인플레이션방지법'(IRA)으로 수혜를 본 지역구 대부분은 공화당 지역인데다, IRA가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따져보면 공화당 지역이 민주당 지역보다 4배 많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IRA 폐지 방침에 대해 공화당 의원 18명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는 것. 또 트럼프는 1기 집권 때에도 석탄발전을 늘리겠다고 공약했지만, 집권 기간 내 미국의 석탄발전량은 오히려 38%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청정에너지 부문 성장률이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커졌다. EU와 미국이 관세를 통해 중국을 막으려 해도 거스를 수 없을 정도로 재생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이라는 피할 수 없는 물결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비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김익 한국전과정평가학회 학회장 겸 스마트에코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제품 전과정 탄소배출 규제가 현실화됐다"며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기업은 수출하지 못하게 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을 이행하거나 지지하는 국가들의 전략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안이 에너지 전환과 순환경제다. 에너지전환과 순환경제 모두 탄소배출량을 계산해야 하는데 가치사슬 즉 공급망을 보지 않고는 탄소배출량을 산정할 수 없다는 게 김 학회장의 설명이다.
이처럼 공급망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는 중소·중견기업에까지 파장이 미치고 있다. 규제 대상이 소재와 부품뿐 아니라 사업장과 기업 내에서 벌어지는 환경적·인권적 문제까지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EU는 공급망실사를 할 때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2030~2050년 5년 단위로 얼마만큼 줄일 것인지 계획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 계획은 12개월마다 진척상황에 대한 설명을 포함해야 한다.
다만 규제에 따른 기회도 생겨나고 있어 기업들이 이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는 "최근에는 중소·중견기업의 기술이 밸류체인에서 탄소배출량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는지 '회피배출량'을 산정하는 스코프4를 통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어 규제에 따른 기회도 생겨나고 있다"며 "다만 기후·산업·통상정책이 산재돼 있어 이같은 정보를 중소·중견기업들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가 재편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밖에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전력망 건설 지연에 대한 대안으로 분산에너지가 활성화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력망 건설의 난항에 따른 전력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려면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를 실현하려면 지역별 도매가격의 차등화(LMP)를 도입하고 송배전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그러면서도 "분산에너지가 송전망 부족의 완화 방안이 되겠지만 궁극적으로 송전망 건설은 시급히 건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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