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금융 훼방놓은 공로?...韓 COP29에서 '화석상' 1위 불명예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11-19 18: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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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선언뒤 화석연료 투자 40% 늘려
COP29, OECD, INC-5 개최지서 연쇄비판
▲18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한국이 '오늘의 화석상' 1위를 수상했다. (사진=기후솔루션)


한국이 기후협상 진전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나라에게 수여하는 '오늘의 화석상'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18일(현지시간)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진행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국제시민사회가 한국에 '오늘의 화석상' 1위를 수여했다. 지난해 3위를 차지한 우리나라는 2년 연속 수상국 명단에 오른 것도 모자라, 올해는 1위에 올랐다.

'오늘의 화석상'은 150개국 2000여개 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COP 기간 중 하루에 한번꼴로 기후협상을 늦춘 국가를 선정하는 불명예 상으로 1999년부터 시작됐다.

이날 시상식 사회를 맡은 CAN의 케빈 버크랜드 활동가는 "현재 파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협상중인 37개국 가운데 30개국은 이미 화석연료 금융제한에 동참했지만, 한국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며 "BTS나 삼성, 삼겹살이 한국을 트렌드 선도국으로 만들지 모르겠지만 화석연료 금융에 있어 한국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중"이라며 1위 수상 배경을 밝혔다.

이번 COP29의 주제는 '기후금융'인데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는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금융제한'을 주제로 OECD 수출신용 정례회의가 열리고 있다. 한국의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와 같은 각국 수출신용기구의 해외투자를 제한하는 협상이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 블룸버그 보도에 의하면 앞서 지난 6월 개최된 수출신용 정례회의에서 협약 참가국 대부분이 찬성함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튀르키예가 발목을 잡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은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공적금융을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제공중이다.

특히 2020년말 탄소중립 선언 이후 한국은 해외 화석연료 투자액을 오히려 늘리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국정감사 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의 신규 해외 화석연료 사업 투자액은 14조3218억원(2017~2020년)에서 20조3537억원(2021~2024년)으로 40%가량 폭증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날 파리 OECD 협상장에서 1km가량 떨어진 트로카데로 광장에 모인 현지 시민단체들도 화석연료 금융중단 협상의 영광스러운 득점 순간을 한국이란 골키퍼가 막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한국에 대한 비판 시위를 이어갔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 수출신용 정례회의 협상장에서 1km 떨어진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시민단체들이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 화석연료 금융중단 협상의 영광스러운 득점 순간을 한국이라는 골키퍼가 막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사진=기후솔루션)


프랑스 환경단체 스톱토탈의 플라비 마할린 활동가는 "프랑스 석유 기업 토탈에너지스가 주도하는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에 한국 수출입은행이 막대한 재정지원을 약속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하기 위해 액션에 동참했다"며 "해당 사업의 탄소배출량은 유럽연합(EU) 전체의 탄소배출량을 뛰어넘고, 지역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사업"이라면서 "우리는 한국 정부가 이 사업에서 즉각 철수하고, 더 이상 화석연료 사업에 공적 금융을 제공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예술가 단체 르 브루퀴 코트의 클로에 휼린 활동가는 "모든 과학자들이 더 이상 신규 화석연료 사업이 시작되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 정부는 이러한 사업들이 초래할 재앙적 결과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환경단체 350.org의 소야라 페티치 활동가는 "화석연료 사업은 수백만명의 미래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며 "우리는 한국이 매년 1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공적 자금을 화석연료 사업에 지원하며 2015년 파리에서 합의된 '1.5℃ 목표'를 저버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 모였다"면서 "한국은 수십억달러를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에 활용하고, 오염 주체들은 자신이 초래한 피해를 복구하는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화석연료를 가공해 만드는 플라스틱 사용 제한을 논의하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오는 25일 부산에서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한국의 시민사회도 국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이어받아 서울 여의도 한국 수출입은행 앞에 모였다. 이날 그린피스, 기후솔루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등 4개 시민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즉각 화석연료 금융제한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린피스 양연호 캠페이너는 "정부가 OECD 협상에서 가스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 중단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은 메탄 배출을 줄이겠다는 국제적 약속과 책임을 외면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천명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배슬기 에너지기후팀 활동가는 "전세계적으로 화석연료 대비 재생에너지 신규투자 규모는 2020~2022년 1.7배로 늘어난 것처럼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가장 평범한 흐름이 됐다"며 "특히 공적금융 중단은 기후재난의 위기감이 유례없이 고조되는 오늘, 탄소배출과 조절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당연히 내려야 할 결정"이라고 밝혔다.

기후솔루션 홍영락 연구원은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녹색 기술·산업 성장의 시급한 과제를 위해 신규 화석연료 금융을 제한하고, 녹색투자로 선회해 나가는 중"이라며 "이번 OECD 수출신용협약 개정안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공적 금융의 전환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OECD 수출신용협약 개정안 합의에 적극적으로 찬성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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