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재생에너지 확보에 '총대' 메는 현대건설...PPA 실현가능성은?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10-21 19:41:58
  • -
  • +
  • 인쇄
▲왼쪽부터 현대케피코 기획실 송두순 상무, 현대종합특수강 경영관리본부 이대형 상무, 현대건설 개발사업부 이동훈 상무, 현대글로비스 안전환경경영실 문병섭 상무, 현대캐피탈 경영지원본부 유흥목 상무, 현대트랜시스 전략지원팀 공기원 팀장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 내 필요한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 현대건설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사실상 전국 205개 변전소가 신규 발전소를 접속할 수 없는 계통관리변전소 상태여서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1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에서 현대글로비스,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현대케피코, 현대종합특수강, 현대캐피탈 등 6개 그룹사가 현대건설과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이 6개사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를 연결하는 전력거래 중개역할을 맡는다고 했다. 

이번 업무협약의 골자는 현대건설이 내년부터 앞으로 20~25년간 계약을 맺은 그룹사 국내 사업장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PPA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순차적으로 늘려서 2030년에 연간 242기가와트시(GWh) 수준에 도달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 그룹사별 자체 설정한 단계별 국내사업장 재생에너지 전환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30년에 도달 예정인 연간 242GWh는 국내 4인 가구의 연평균 전력 사용량(3684kWh, 2020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6만6000가구의 전력 사용분에 해당된다. 이를 전량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게 되면 화석연료를 사용했을 때보다 연간 약 11만톤의 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11만톤은 준중형 자동차 6만6000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과 엇비슷하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업무협약이 개별사 차원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확보에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다수의 그룹사가 공동구매하면 협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국내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해 PPA를 추진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에서 태양광발전을 15년 PPA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계획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태양광업계 한 관계자는 "205개 변전소가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돼 있는데 신규로 태양광 설비용량을 늘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공장 바로 옆에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어서 전력을 공급하면 모를까 다른 곳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신규 태양광 설비용량은 2020년 4118MW에서 2021년 4079MW, 2022년 2992MW, 2023년 2755MW로 꾸준히 감소세다.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출력제어'를 조건으로 신규 발전소 접속을 허용했지만, 계통포화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설비용량이 늘어나도 발전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023년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0.0214GWh이고, 현대위아는 0.00381GWh로 극히 미미한다. 다른 그룹사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거의 없거나 공개하지 않았다. 6개 그룹사가 2030년까지 필요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42GWh이므로, 앞으포 6년 이내에 이 많은 양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현대건설이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확장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한다면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일"이라는 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지난 2019년부터 태양광과 해상풍력, 지열발전소 사업을 설계, 시공, 유지관리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미 풍력이나 태양광 등을 신사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사업장에 발전소를 짓는 일을 안할 이유가 없다"면서 "다만 현재로선 주력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PPA 체결에 있어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그룹 차원에서 발맞춰 할 수 있는 부분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방법에는 자가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의 PPA, 전력거래소에서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REC) 구입 등이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그룹, 국내 김 전문기업 '성경식품' 100% 인수

삼천리그룹이 국내 대표 김 전문기업인 '성경식품'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지도표 성경김'으로도 널리 알려

쿠팡 "자체조사 아니다...정부 지시 따른 공조 수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셀프조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쿠팡이 "자체조사 아니다"면서 "정부 지시에 따른 공조수사였다"고 반박했다.쿠팡은 26일 입장

"니들이 왜 조사해?"…쿠팡 '셀프조사'에 시민 반응 '싸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외부로 정보가 전송된 정황이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26일 온라인 커

쿠팡 '셀프조사' 발표에 뿔난 정부...제재강도 더 세지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정보가 외부로 전송된 정황은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한 쿠

기부하면 금리 'UP'...하나은행 '행운기부런 적금' 한정판매

하나은행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ESG 특화 금융상품 '행운기부런 적금'을 출시했다고 26일 밝혔다.이 적금은 하나은행과 한국맥도날드의 생활금융

현대차·기아, 탄소감축 목표 SBTi 승인...英 전기차 보조금 요건충족

현대차·기아는 지난 4일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단계로서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계획에 대한

기후/환경

+

"탈탄소화 빨라졌다"…올해 에너지전환 투자규모 2.2조달러

올해 전세계 에너지전환 투자규모가 약 2조2000억달러(약 3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막대한 자금이 청정에너지로 투자되면서 전세계 탈탄소화

전자칠판부터 프라이팬까지...친환경 표시제품에 10종 추가

친환경 표시제품에 전자칠판과 프라이팬, 헤어드라이어 등 일상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10개 제품군이 추가됐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

2년만에 닥친 '대기의 강'...美캘리포니아 이틀간 '물폭탄'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가 '대기의 강' 현상으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날 내린 폭우로 일부 지역에 돌발홍수가 발생

[주말날씨] 전국이 '냉동고'...칼바람에 체감온도 -20℃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바람까지 거세기 불어서 체감기온이 영하 20℃까지 뚝 떨어졌다. 올들어 가장 추운 이번 한파는 27일까지 이어지겠다.2

[ESG;스코어] 경기도 31개 시군...온실가스 감축 1위는 '의왕'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권장목표를 달성한 경기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감축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의왕시'로 나타났다

EU, 기업 해외이전 우려에 "철강·화학업종에 보조금 확대"

유럽연합(EU)이 철강, 화학 등 에너지 집약산업에 국가보조금을 확대한다.EU 집행위원회는 철강, 화학 등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 국가보조금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