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 내 필요한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 현대건설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사실상 전국 205개 변전소가 신규 발전소를 접속할 수 없는 계통관리변전소 상태여서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1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에서 현대글로비스,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현대케피코, 현대종합특수강, 현대캐피탈 등 6개 그룹사가 현대건설과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이 6개사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를 연결하는 전력거래 중개역할을 맡는다고 했다.
이번 업무협약의 골자는 현대건설이 내년부터 앞으로 20~25년간 계약을 맺은 그룹사 국내 사업장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PPA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순차적으로 늘려서 2030년에 연간 242기가와트시(GWh) 수준에 도달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 그룹사별 자체 설정한 단계별 국내사업장 재생에너지 전환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30년에 도달 예정인 연간 242GWh는 국내 4인 가구의 연평균 전력 사용량(3684kWh, 2020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6만6000가구의 전력 사용분에 해당된다. 이를 전량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게 되면 화석연료를 사용했을 때보다 연간 약 11만톤의 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11만톤은 준중형 자동차 6만6000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과 엇비슷하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업무협약이 개별사 차원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확보에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다수의 그룹사가 공동구매하면 협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국내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해 PPA를 추진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에서 태양광발전을 15년 PPA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계획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태양광업계 한 관계자는 "205개 변전소가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돼 있는데 신규로 태양광 설비용량을 늘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공장 바로 옆에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어서 전력을 공급하면 모를까 다른 곳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신규 태양광 설비용량은 2020년 4118MW에서 2021년 4079MW, 2022년 2992MW, 2023년 2755MW로 꾸준히 감소세다.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출력제어'를 조건으로 신규 발전소 접속을 허용했지만, 계통포화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설비용량이 늘어나도 발전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023년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0.0214GWh이고, 현대위아는 0.00381GWh로 극히 미미한다. 다른 그룹사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거의 없거나 공개하지 않았다. 6개 그룹사가 2030년까지 필요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42GWh이므로, 앞으포 6년 이내에 이 많은 양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현대건설이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확장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한다면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일"이라는 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지난 2019년부터 태양광과 해상풍력, 지열발전소 사업을 설계, 시공, 유지관리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미 풍력이나 태양광 등을 신사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사업장에 발전소를 짓는 일을 안할 이유가 없다"면서 "다만 현재로선 주력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PPA 체결에 있어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그룹 차원에서 발맞춰 할 수 있는 부분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방법에는 자가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의 PPA, 전력거래소에서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REC) 구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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