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캔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쓰레기인줄 알고 버려질 뻔한 일이 네덜란드의 한 박물관에서 벌어졌다.
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서부 리세에 있는 LAM 박물관은 직원이 실수로 쓰레기통에 버린 예술작품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2개의 빈 맥주캔으로 구성돼 있는 이 작품은 프랑스 예술가 알렉상드르 라베(Alexandre Lavet)가 만든 '우리가 함께 보낸 모든 좋은 시간(All The Good Times We Spent Together)'이라는 제목의 예술작품이다.
이 작품은 언뜻보면 영락없이 찌그러진 깡통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손으로 꼼꼼하게 칠한 것이다. 박물관에 따르면 이 작품은 제작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하지만 박물관에서 근무하던 한 정비공이 엘리베이터 구석에 전시된 이 작품을 버려진 맥주캔으로 오해해 쓰레기통에 버린 것이다.
작품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사람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큐레이터 엘리사 반 덴 베르그였다. 그는 쓰레기봉투가 모두 버려질 뻔한 순간 아슬아슬하게 봉투에서 작품을 찾았다.
프루키에 부딩 LAM 박물관 대변인은 버딩은 "모험을 마친 작품이 쉴 수 있도록 받침대 위에 작품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박물관에서 막 일을 시작한 정비공을 탓하지 않는다며 "그는 그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시에츠케 반 잔텐 LAM 박물관 관장은 "예상치 못한 장소에 예술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방문객들이 일상적인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박물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작품이 받침대 위에 있는 시간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부딩은 전했다. 그는 "작품을 설치할 다음 장소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설치형 예술작품이 겪은 수모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지난 2023년에는 한 남성이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으로서 벽에 붙어있던 바나나를 먹은 일이 벌어졌다.
2011년에는 독일의 한 청소부가 12억원 상당의 현대미술 조각상을 청소가 필요한 흉물로 착각해 망가뜨렸다. 독일 예술가 마틴 키펜베르거의 조각상은 도르트문트의 오스트월 박물관에 대여돼 있었는데 청소부가 수세미로 말끔히 씻어서 없애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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