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섬나라들의 절규..."'생태계 파괴' 범죄로 인정해달라"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9-10 11:42:21
  • -
  • +
  • 인쇄

태평양 섬나라인 바누아투와 피지, 사모아가 대규모 생태계 파괴 행위인 '에코사이드'(ecocide)를 처벌 가능한 범죄로 인정해달라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요구했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 섬나라들은 이날 ICC에 에코사이드를 대량학살이나 전쟁범죄처럼 형사범죄로 인정하는 규정 변화를 제안했다.

이 국가들은 에코사이드 범죄를 환경이 심각하거나 광범위하거나 장기적으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저지른 불법행위 또는 부당행위로 규정했다.

이번 요구가 인정되면 오염을 일으키는 대기업의 대표나 국가원수 등 환경파괴를 불러온 개인을 ICC가 기소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번 제안은 뉴욕에서 열리는 ICC 회의에 상정돼 결론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번 제안만으로도 기후붕괴와 환경파괴에 대한 세계의 대응을 변화시키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저명한 국제변호사이자 유니버시티 칼리지런던(UCL) 법학과 필립 샌즈 교수는 "에코사이드를 범죄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ICC 설립 근거인 로마 규정을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언젠가는 에코사이드가 결국 ICC에서 범죄로 인정될 것을 100% 확신한다"면서 "다만 언제 인정될 것이냐가 문제"라고 했다.

벨기에는 최근 에코사이드를 범죄로 규정했으며, 유럽연합(EU)은 국제범죄에 에코사이드를 포함하기 위해 일부 지침을 변경했다. 멕시코도 에코사이드를 범죄로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ICC 옵저버인 에코사이드 방지 국제 캠페인그룹의 공동창립자인 조조 메타는 "이번 제안에 어떤 국가도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못하겠지만 오염 유발 기업이 저항과 막대한 로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그는 "에코사이드가 범죄로 인정되더라도 실제 기소까지 10년 이상 걸리겠지만 이번 제안은 에코사이드가 범죄라는 인식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ICC는 지난 2002년 설립 이후 대량 학살과 전쟁범죄, 반인도주의적 범죄를 다루고 있으며 2010년 로마 규정 개정을 통해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는 침략 범죄도 관할 범죄에 포함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기후/환경

+

껌은 '미세플라스틱 폭탄'...플라스틱 성분인데 규제 사각

껌이 플라스틱 성분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문에 껌을 씹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사람잡는 '칠레 연어'...항생제 범벅에 열악한 노동환경까지

칠레의 주요 수출품인 연어가 양식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

'청정호수'인줄 알았는데...50년간 미세플라스틱 쌓였다

인간의 접근이 거의 없어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인도의 호수에서 50년간 미세플라스틱이 차곡차곡 쌓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카사라고드와 마니팔 지

[날씨] 첫눈부터 10㎝ '펑펑'...한파에 빙판길 '조심'

올해 첫눈부터 최대 10㎝가 넘는 많은 눈이 쌓이겠다.3일 서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겠다. 이날 낮부터 밤 사이에는 충남 남부 내륙과

올해 모기 개체수 28%나 줄었다...이유는?

올해 우리나라 모기 개체수가 지난해에 비해 28%나 줄었다. 원인은 모기도 견디기 힘들만큼 폭염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질병관리청은 모기 발생시

동남아 홍수·산사태로 1100여명 희생...원인은 '기후변화·난개발'

우기에 접어든 동남아시아가 역대급 폭우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현재까지 1100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앞으로 희생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