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세상과 이어주는 통로죠"...꽃동네 장애인 작가들의 특별전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4-09-03 10:47:02
  • -
  • +
  • 인쇄
서울시의회 로비에서 6일까지 'ART다림' 전시회
꽃동네 장애인 작가 12명의 작품 45점이 전시돼
▲ART다림' 전시회는 9월 8일까지 열린다


가평 꽃동네 회화 작가들의 'ART다림, 2024 여름이야기'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시의회 본관을 찾았다.

중앙홀에 들어서자 고윤정, 김재호, 김연경, 박정민, 안경희, 이선희, 이주연, 이희동, 임덕연, 정종기, 정철, 홍성기 등 12명의 다림방 작가들의 작품 45점이 로비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모두 중증장애인과 발달장애인 작가들이다.

의회 본회의장에서는 정기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시의원들과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질의 답변이 오가고 있었다. 회의장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안에서는 열띤 의정활동이, 홀에서는 아트 전시가 진행되는 이색적인 배치가 흥미로웠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이혜경 대표는 "이 전시회는 결코 평범한 전시회가 아니다"면서 "비장애인 작가들과 달리 꽃동네 작가들에게 전시회는 세상과 소통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를 '작가'로 생각하고 자긍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놀라운 변화"라며 "우리뿐 아니라 서울시민에게도 뜻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회 오프닝 장면과 꽃동네 작가들과 식구들 ©newstree


김연화, 이상미, 유진경 작가가 이들의 그림 작업들을 돕고 있다. 10년째 꽃동네 작가들과 함께 하고 있는 섬유예술화가 이상미 작가는 "저는 그림을 가르치거나 지도하지 않고 그저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리라고 했을 뿐"이라며 "이 작품들은 전적으로 이 작가님들의 생산물"이라고 했다. 이어 "이분들은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스스로 자기 삶과 몸을 지탱할 능력도 없고 그 누구도 돌볼 사람이 없어 꽃동네까지 오게 되신 분들이지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라며 "이분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얼굴이 밝아지고 행복해 하는 것, 이것이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장애인 작가들이 그린 작품들 ©newstree


미소가 아름다운 꽃동네 원장 유미선(야고보) 수녀도 "꽃동네 식구들의 그림이 더 밝아지고 색감도 화사해졌다"면서 "많은 식구들이 점점 다림방(꽃동네 내부 회화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유미선 원장은 "전시회를 하고 나면 작가들이 돌아다니면서 자랑을 하고 행복해 한다"며 "특히 갤러리나 서울시의회에서 전시를 하는 일은 더 없이 소중한 일"이라고 했다.

고양이 그림들을 그려 전시한 안경희 작가는 "그림을 그린 지 1년이 좀 넘었다"며 "그림을 그리고 나서부터 잠도 잘자고, 뭐랄까 내가 자유로워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림으로 마음껏 표현하고 있다는 안 작가는 "그림에 대해 생각하면 마구 들뜬다"면서 "때때로 작품이 팔리면 그 돈으로 후원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준다"며 환하게 웃었다.

꽃동네 작가들에게 그림 작업은 단지 여가나 취미활동이 아니라 생활의 중심이자 삶의 기쁨을 길어올리는 펌프질처럼 보였다. 특히 전시회는 이들에게 축제이자 세상과 이어지고 친숙해지는 소중한 통로가 아닐 수 없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한껏 드러내고, 관객들은 전혀 새롭고 낯선 이미지들의 작품들을 바라보며 헝클어진 정서가 절로 환기된다.

▲방문자 및 선생님들과 기쁨을 나누는 작가들 ©newstree


전시된 그림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하나같이 화사했다. 원색적인 색채와 자유로운 표현방식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대로 표현하고, 내면의 날 것의 감정을 그대로 담았다. 비록 고급스런 표현 기법이나 원근법, 대칭구도는 잘 알지 못해도 이들의 작품은 신선했다. 마치 어린 아이와 같은 순백의 감정과 감각이 그림에 여과없이 담겨있는 듯했다. 

이 전시회는 전시공간 또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의원들이 주로 관람객이 되고 작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되는 것이다. 의회라는 민주주의 정치의 중심 공간에서 열리는 장애인 작가들의 전시. 이처럼 가치있고 극적인 이어짐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의회가 장애인 작가들을 환대하고, 장애인들이 회의장 입구에서 자기를 한껏 표현하는 현장인 것이다.

꽃동네 작가들의 변신은 저절로 이뤄진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예산이 없어 스케치북에 수채화만 그렸다. 그림 선생님들은 꽃동네 식구들이 취미가 아닌 제대로 된 회화를 그려 사회 일원으로 참여하길 바랬다. 그래서 수채화는 유화로 바뀌었다. 아크릴 물감으로 캔버스 위에 그린 그림은 이제 전시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물감과 재료비를 지원받았는데 내년부터 이 지원도 끊긴다. 봉사자들은 "적잖은 재료비와 운영비를 감당하려면 모금에 나서야 할 판"이라고 한숨 지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박스피'에 속타는 기업들...축 처진 주가 살리기에 '안간힘'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높이기 등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빙그레, 내년 5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빙그레가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 5월에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사업투

SPC그룹, 연말 맞아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 진행

SPC그룹이 연말을 맞아 임직원들이 함께 물품을 기부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부, GIVE(기브)해' 캠페인을 진행했다.22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

'부당대출' 눈감아준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국 연임 실패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연임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다. 22일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기후/환경

+

[COP29] '1.3조달러' 진통끝 합의...구속력없어 이행여부는 '물음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2035년까지 신규 기후재원을 연간 1조3000억달러(약 1827조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가까스로 합의했다. 1조3000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