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세계는 관측사상 가장 습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질랜드 국립물대기연구소(NIWA)의 기상학자 벤 놀이 집계한 습도의 척도인 '이슬점' 관측자료를 토대로 볼 때 올해 미국은 85년 관측 기록상 가장 습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슬점은 대기 속 수증기가 물로 응결하는 온도로, 습도의 척도가 되고 있다.
기상학자 브라이언 브렛슈나이더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가장 습한 여름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1998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가장 습한 여름 기록을 5차례 갈아치우는 셈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기후과학자 콜린 레이먼드 연구팀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수십년에 걸쳐 습도가 증가하고 있다. 1979년 이후 극심하게 습한더위의 빈도는 2배 이상 늘었다.
6~8월 사이에 습기가 높아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가 뜨거워지면 한증막을 방불케하면서 체감온도를 높이기 때문에 사람은 실제 온도보다 훨씬 많은 더위를 느낀다. 이처럼 습한 더위는 극단적인 폭염뿐만 아니라 강우량을 높이는 결과도 초래한다.
실제로 페르시아만 일부 지역은 지난 7월 중순과 이번주에 이슬점이 치솟으면서 체감온도가 무려 65.6℃까지 올라갔다. 미국 미네소타주 프레스턴의 열지수는 이번주초에 48.9℃까지 치솟았고, 지난 27일 시카고의 체감온도는 46.1℃까지 뛰었다. 브렛슈나이더는 "인도와 홍해, 페르시아만 인근 지역에서는 습도 증가와 기온 상승으로 에어컨이 없으면 열사병에 걸릴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에 비해 습도가 높은 한반도의 경우도 올여름 한증막같은 습한 더위가 덮쳐, 온열질환자가 3000명이 넘어섰다. 특히 7월에는 야행성 폭우가 날마다 쏟아지면서 한낮 습도는 더 높아져 더위를 부채질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 중부와 동부도 우리나라처럼 이번 주말에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는 40℃에 달한다. 폭염경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2000만명에 이른다.
습도가 높아지면서 폭우도 강해지고 있다. 버몬트주 북동부에서 6시간만에 200㎜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올해 미국에서 최소 10건의 큰 홍수가 발생했다. 미 기후변화 연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에 따르면 올해 홍수 피해 규모가 1988~2021년 총 피해액 2300억달러(약 306조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전세계적으로 7월이 관측기록상 가장 따뜻했으며, 14개월 연속 역대 기온을 갱신했다고 밝혔다. NOAA의 예측에 따르면 2024년이 역대 가장 따뜻한 해일 가능성은 77%다.
높은 습도는 인간의 생존도 위협한다. 인체는 땀을 흘려 몸의 열을 줄이는데 공기가 습할수록 땀이 천천히 증발돼 몸의 열을 낮추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열 관련 질환이나 사망의 위험을 높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약 1220명이 폭염으로 사망한다. 미 적십자사는 야외활동과 운동을 자제하고 설탕, 카페인, 알코올이 많이 들어간 음료를 피하고, 에어컨이 작동하는 곳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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