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차량 돌진으로 발생한 사고로 한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이 한꺼번에 사망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승진을 축하하는 회식을 가진 뒤 귀가하던 길에 참변을 당한 은행직원이 4명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위의 안타까움은 더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일 밤 9시 30분쯤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9명 중 42세 박모씨와 54세 이모씨, 52세 이모씨, 52세 이모씨 등 4명은 시청역 인근 시중은행 직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3명은 현장에서 사망하고 다른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이날 동료직원의 승진 등 인사발령을 기념하기 위해 퇴근 후 회식을 가진 뒤 인도에서 대화를 나누다 변을 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어버린 가족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유족이라 밝힌 한 여성은 임시영안실을 찾아와 연신 "아빠 아니지"를 외치며 오열했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30대 서울시청 직원으로 밝혀졌다. 서울시청 세무과 직원으로 확인된 김모씨는 사고 당일 야근을 하고 다른 직원들과 식사를 마친 뒤 헤어지려는 찰나 사고를 당했다. 동료들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모씨에 대해 "인품이 정말 좋았다. 고참들도 힘들다고 하는 일을 1년 정도 한 적이 있는데 항상 웃었고 힘들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고 슬퍼했다.
나머지 사망자 3명 역시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부상자 4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선 해당 사고가 급발진인가 아닌가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과 블랙박스,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시청역 인근 웨스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제네시스G80 차량이 굉음을 내며 일방통행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이 차량은 빠르게 달려 도로에 있던 차량 2대를 잇달아 추돌한 후 왼편 인도 쪽으로 돌진해 안전펜스를 뚫고 보행자들을 덮쳤다.
사고가 난 길목 CCTV영상을 보면 편의점 앞 인도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지나가던 시민들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변을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차량은 그 뒤로도 인도와 횡단보도를 휘저으며 다른 보행자들을 들이받았고, 이내 교차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에 다다라서야 멈췄다.
사고 차량 운전자인 68세 A씨는 사고 직후 현장에서 검거됐으며,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몰았던 '제네시스G80' 차종은 지난 2020년부터 수차례 급발진 의혹이 제기된 바 있고, A씨는 1974년부터 차를 몰았던 현직 버스기사이기 때문에 운전미숙 또는 부주의 등 운전자 과실로 보기 어려우므로 '급발진'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사고 차량이 사고 직후 감속하면서 멈췄는데, 감속 당시 브레이트 등에 불이 들어왔기 때문에 급발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일반적으로 급발진 차량은 어딘가에 충돌하면서 마찰력으로 억지로 감속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해서 운전자 진술과 CCTV, 블랙박스 등을 통해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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