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 생명체의 6차 대멸종을 막으려면 현재 희귀·멸종위기 육지동물이 서식하는 세계 1만6000여개 지역, 164만㎢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6일 미국 비정부기구(NGO) 리졸브(Resolve) 소속 에릭 디너스타인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희귀·멸종위기 동물 서식지와 기존 보호구역 등을 분석한 결과 세계 지표면의 1.2%를 보존 필수지역으로 설정하면 대멸종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리졸브와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UEA) 등 12개국 20개 기관이 참여한 연구팀은 지표면의 극히 일부인 1만6825개 지역, 164만㎢만 보존해도 지구 생물 다양성 대부분을 보호할 수 있다며 이는 저렴하고 실현가능한 계획이라고 제안했다.
과학자들은 지구에서는 6500만년 전 공룡 멸종 등 5차례의 대멸종이 있었고, 현재 도시 개발 등 인간 활동으로 6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며 기후변화 등으로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구팀은 2018~2023년 전세계 보호구역으로 추가 지정된 120만㎢를 분석한 결과 11만㎢만 희귀·멸종위기 종 서식지와 겹쳤다며 보호구역은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지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전세계 생물다양성 데이터 6가지를 사용해 희귀·멸종위기 종 서식지 지도를 만들고 이를 기존 보호구역 및 숲·사막 등 지도와 결합했다. 그리고 인공위성 사진을 이용해 희귀·멸종위기 동물의 서식지가 될 수 있는 지역을 파악, 생물다양성이 높지만 보호되지 않고 있는 중요한 지역들을 '보존 필수 지역'(conservation imperatives)으로 선별했다.
그 결과 전세계 1만6825개 지역, 164만㎢의 서식지를 필수 보전지역으로 보호하면 현재 예상되는 모든 동물 멸종을 막을 수 있고, 열대지방 서식지만 보호해도 멸종 대부분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보전 필수지역은 세계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하지만,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곳으로, 4700여 멸종위기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보존이 시급한 지역의 약 38%는 기존 보호구역과 매우 가깝기 때문에 보호지역에 흡수하거나 다른 보전 방법을 찾기가 쉬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토지 보호 프로젝트 데이터 수백 건을 이용해 필요 재원을 추정한 결과 열대지방 보존 필수지역 보호에 향후 5년간 매년 340억 달러가 들 것으로 보았다.
연구팀은 "이는 미국 GDP의 0.2% 미만, 전세계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연간 보조금의 9% 미만이고 광업·농림업 창출 수익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보존 필수지역 확대는 실현 가능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UEA 카를로스 페레스 교수는 "지구 생태 지역의 야생동물을 보호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며 "지표면의 1.2%를 최소 보존 구역으로 정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행 가능성이 급격히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사이언스'(Frontiers In 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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