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성지순례에 참석한 사람들이 52℃가 넘는 살인적인 폭염으로 1000명 넘게 사망했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14∼19일 정기 성지순례기간에 이슬람 최고의 성지 아우디아라비아 메카를 찾은 순례객 가운데 1081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틀만에 사망자가 2배로 늘었다.
현재 온열질환을 앓는 환자가 3000명에 육박하는 데다 실종자도 다수여서 앞으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 당국은 지난 19일에만 2700명이 넘는 온열질환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으나 사망자 통계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망자의 국적은 이집트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인도, 요르단, 이란, 세네갈, 튀니지, 이라크 등 10개국에 달했다. 파키스탄의 한 외교관은 15만명의 자국 순례객 중 5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24만명의 순례객 중 313명이 사망했다.
이집트에서만 658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는데 이 가운데 95%가량인 630명이 사우디 당국의 순례 허가를 받지 않은 입국자라고 AFP는 전했다. 미허가자의 경우 당국이 성지 곳곳에 설치한 냉방 시설에 접근할 수 없었다.
아랍 국가의 한 외교관은 이집트인 순례객의 주요 사망 원인이 고혈압 등 합병증을 촉발한 열사병 증상이라고 언급했다.
사우디에서는 지난 17일 메카 대사원 마스지드 알하람의 기온이 섭씨 51.8℃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사우디 연구에 따르면 이 지역의 기온은 10년마다 0.4℃씩 오르고 있다.
앞서 사우디 당국은 이번 하지에 총 180만여명이 성지순례 비자나 허가를 받고 메카를 찾았으며 이 가운데 약 160만명이 외국에서 입국했다고 밝혔다.
AFP는 "매년 수만명의 순례자가 값비싼 비용이 드는 공식 허가를 받지 않고 다른 경로를 통해 하지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매년 이슬람력 12월 7∼12일 치러지는 하지는 무슬림이 반드시 행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이며 가장 성스러운 종교의식으로 꼽힌다.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일생 반드시 한 번은 이슬람 발상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찾아야 한다.
이슬람력의 1년은 그레고리력보다 10일 정도 짧아서 성지순례 기간이 그만큼 당겨지기 때문에 여름철과 겹치기도 한다. 내년 성지순례는 기온이 보다 낮은 6월 초에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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