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밀거래되는 야생동식물의 40%가 멸종위기종으로 나타나, 밀렵에 의한 생물다양성 파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유엔마약범죄국(UNODC)이 13일(현지시간) 발간한 전세계 야생동물 범죄보고서에 따르면 2015~2021년 사이에 적발된 14만건의 야생동물 밀매에서 압수된 물품은 1만6000톤에 달했다.
또 밀매된 야생동물의 40%는 멸종위기종이거나 멸종위기에 가까운 적색목록에 오른 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거래된 생물은 산호, 악어, 코끼리 순이었다.
게다가 야생동물 불법거래가 이뤄진 국가는 무려 162개국으로 전세계 80% 나라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적발이 이뤄지지 않은 국가는 불법 거래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기보다는 미처 적발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야생동물에 대한 불법거래가 근절되지 않다보니, 밀렵 역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4000종이 넘는 동식물들이 밀매업자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했다. 몰래 거래되는 동식물은 주로 의약품, 애완동물, 고기, 관상, 전리용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보고서는 "불법거래를 하다가 적발된 밀매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천산갑, 해마, 대형 고양이과 동물 등은 신체 일부나 뼈를 말려서 약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앵무새와 이구아나는 애완동물로, 난초는 관상용 식물로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
매년 1억마리 이상의 동식물이 불법 거래되고 있다. 그 규모가 연간 2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2019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알려진 육상 척추동물의 24%가 밀매되고 있다.
밀매 적발건수는 지난 20년간 증가하다가 2020년과 2021년에 감소했다. 보고서는 감소요인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단속 감소 및 밀매 감소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거래 등으로 방식이 바뀐 때문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야생 동식물에 대한 밀렵과 밀래가 근절되지 않으면서 생물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전 연구에서는 야생생물 불법 거래로 인해 거미원숭이와 맥의 지역 개체수가 99.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지적 멸종은 전세계적인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보고서는 "밀렵·밀매가 야생생물 멸종까지 초래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일부 생물종은 대중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야생생물 밀매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심각한 전세계적 문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야생생물 밀매의 대부분은 대규모 조직범죄와 연루돼 있다. 부정부패는 사찰관들에게 지급되는 뇌물로부터 위조허가를 허용하는 정부 관리들에 이르기까지 밀매를 막으려는 노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밀렵·밀매 감시 및 연구와 더불어 법안 및 집행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다 월리 UNODC 사무총장은 "야생생물 밀렵·밀매는 자연에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생계, 공중보건, 올바른 거버넌스,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지구의 능력을 위태롭게 한다"고 말했다.
UNODC의 '야생동물 범죄보고서'는 2016년과 2020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로 발간된 것으로, 보호 대상종에 대한 불법거래 동향을 주로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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