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실사하는 기업은 고작 18.6%
최근 유럽연합(EU)발 ESG 수출규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기업들의 인식 및 대응 수준이 크게 미흡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수출기업 20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26일 발표한 '국내 수출기업의 ESG 규제 대응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6개 주요 ESG 수출규제에 대한 인식 수준은 100점 만점에 42점, 대응 수준은 34점으로 나타났다.
6개 주요 ESG 수출규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급망지속가능성 실사지침(EU CSDDD)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 및 공시기준(EU CSRD) △배터리 규제(Battery Regulation) △에코디자인 규정(ESPR) △포장재법(PPWR)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부담이 되는 수출규제로는 '탄소국경조정제도'(48.3%)가 꼽혔다. 이어 '공급망 지속가능성 실사'(23.9%), '포장재법'(12.2%),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 및 공시기준'(10.7%), '배터리 규제'(2.9%), '에코디자인 규정'(2.0%) 순이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 수입제품에 대해 EU 배출권거래제(EU-ETS)와 동등한 탄소가격을 부과·징수하는 일종의 관세다. 지난해 10월부터 시멘트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에 대해 시범 시행중이며,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 규제는 제품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서 파급력이 매우 크다. 앞으로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석유화학, 플라스틱 제품에도 적용될 예정이어서 국내 기업들에겐 '발등의 불'이 됐다.
기업들은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에서 가장 애로사항으로 '탄소배출량 측정 어려움'(52.7%)을 지목했다. '탄소저감시설 투자자금 부족'(41.0%), '전문인력 부족'(37.1%) 등도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응답기업들은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을 위한 정책과제로 '탄소배출량 검증시 국내 검증기관 인정 필요'(54.1%),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 완화'(53.7%)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 다음으로 기업들은 '공급망 지속가능성 실사'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대부분 공급망 실사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실사를 시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81.4%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시행하고 있다' 또는 '시행할 계획이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9.3%에 불과했다.
특히 해외 소재 협력업체에 대한 공급망 실사 대응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이 67.9%에 달했다. 기업들이 해외 협력업체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들은 ESG 수출규제 전반에 관련한 애로사항으로 '시설 교체‧시스템 구축 등 비용부담'이 가장 크다고 응답한 비율이 53.7%로 나타났다. 이어 '업계현실과 동떨어진 목표 설정'(37.6%), '관세 장벽화 및 보호무역주의 강화'(31.2%), '과징금‧부담금 등 제재 과중'(23.9%)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기업 규모별로 ESG 수출규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수준의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은 55점인 반면 중소기업은 40점으로 나왔다. 대응수준도 대기업은 43점, 중소기업은 31점으로 나타나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ESG 수출규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대응노력도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대응계획 및 방안 수립을 위한 교육‧가이드라인 제공'(52.7%)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또 '금융‧세제 혜택 등 비용 지원'(44.9%)과 함께 '규제 및 법안 관련 동향정보 전달'(27.8%)에 대한 요청도 많았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EU를 중심으로 한 ESG 수출규제가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우리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현장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더욱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지원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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