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탄소상쇄 방법인 '청정 쿡스토브' 보급사업이 기후에 미치는 실질적 혜택보다 10배 이상 부풀려져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목재와 파라핀, 등유 등 연기가 많은 연료로 취사를 한다. 이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대기오염을 유발한다. 뿐만 아니라 유독가스로 인해 매년 320만명이 조기사망 위험에 노출돼 있다.
'쿡스토브'는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친환경 취사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전기밥솥처럼 깨끗한 대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기질을 개선할 수 있고 사람들의 건강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땔감을 구하기 위해 산림과 서식지를 훼손하는 것도 줄일 수 있다. 이에 국제구호단체들이 앞다퉈 저개발국을 대상으로 쿡스토브 보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림훼손을 줄이고 건강과 사회 환경에 이점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면 탄소배출권을 상쇄할 수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쿡스토브 보급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탄소거래 추적연구소 버클리 탄소거래 프로젝트(Berkeley Carbon Trading Project)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5월~11월까지 쿡스토브 프로젝트가 신규 배출권의 약 15%를 차지했을 정도다. 각 탄소배출권은 이산화탄소(CO2) 1톤을 의미한다.
하지만 쿡스토브의 탄소배출상쇄가 실질적인 기후혜택보다 훨씬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쿡스토브 프로젝트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생성되는 탄소상쇄보다 10배 과장된 형태로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의 주 저자인 안넬리스 길위(Annelise GillWieh)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연구원은 "5가지 쿡스토브 탄소배출상쇄 방법론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시장의 40%에 해당하는 샘플이 9.2배 과대평가됐다"면서 "이를 전체 시장으로 추산하면 탄소배출상쇄가 약 10배 부풀려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면 결국 탄소거래시장의 신뢰가 약화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진은 "쿡스토브 사업 자체가 문제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탄소배출권에 관한 규칙을 개혁해 신뢰할 수 있는 기후 재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쿡스토브 프로젝트가 과장돼 거래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강조했다. 실제 일부 쿡스토브 보급단체는 쿡스토브 사용량 재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년간 탄소배출권을 연구해온 공동저자인 바바라 하야(Barbara Haya) 버클리 탄소거래 프로젝트 이사는 "과장된 탄소배출권 시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연구가 쿡스토브가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탄소배출권 공급원이 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탄소배출권 기관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탄소배출권 인증기관인 골드 스탠다드(Gold Standard)는 "우리는 쿡스토브 사용을 직접 모니터링했다"며 "과다하게 인정된 탄소배출권은 1.5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골드 스탠다드 대변인은 "이 연구는 단지 추정치일 뿐 학계의 주류와는 상반된 입장을 취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탄소시장 인증기관인 베라(VERRA)도 "우리가 개발중인 쿡스토브 사업타당성 방법론은 이번 연구결과를 적용받지 않는다"며 "우리가 개발중인 방법론은 현재 모범사례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쿡스토브 사용량을 확인하기 위한 여러 측정기법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또 베라는 "쿡스토브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취약한 지역사회 다양한 지속가능한 개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탄소금융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쿡스토브 제조회사 ATEC 벤 제프리스(Ben Jeffreys) 회장은 "이 연구를 지지한다"며 "쿡스토브가 탄소시장 부문에서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1톤의 배출량 감축이 실제로 1톤'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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