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짧아지고 충전시간 오래걸리고
북극발 한파로 인해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자동차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배터리는 한파에 빨리 방전되는 등 전기차 성능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CNBC는 최근 미국에 강한 추위가 몰아닥치면서 미국내 250만명 전기자동차 차주들이 '주행거리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행거리 불안증'은 전기차의 배터리가 방전되는 것에 대한 공포증이다.
전기차는 영하 6℃에서 주행거리가 10~12% 감소한다. 배터리 내부 전해질용액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난방을 위해 공조시스템도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주행거리 감소율은 41%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체감온도가 영하 34℃까지 내려간 시카고에서는 테슬라가 방전·견인되는 사태가 속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카고의 전기차 충전소들은 배터리 방전과 서로 대치하는 운전자들, 거리 밖으로 이어진 긴 줄로 인해 절망의 현장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테슬라 운전자 조셜린 리베라는 "평소같으면 30분 충전하면 440㎞ 거리를 갈 수 있지만, 밤사이에 추위로 배터리의 3분의 1이 방전됐다"며 "오전에 충전소에 갔더니 차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고, 평소보다 충전시간도 오래 걸려 수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기줄에서 기다리다가 방전된 차량을 여럿 봤다"며 "아마 대기줄에서 주행거리가 80㎞ 정도 남아있었다면 충전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파는 전기차 충전기의 효율도 떨어뜨린다. 배터리는 온도가 낮아질수록 전자 이동이 느려지기 때문에 충전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한파로 난방수요가 치솟으면 전력망 자체가 불안정해져 대규모 정전사태를 유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6일(현지시간) 오리건주에서 약 10만가구, 텍사스주에서 2만8000가구, 펜실베이니아주에서 1만1000가구, 미시간주에서 1만가구 등이 정전 사태를 겪었다. 정전이 되는 지역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수는 없다.
한파로 인한 전기차 성능저하는 차량호출 서비스업 종사자에겐 생계 위협이다. 시카고의 우버 운전자 마커스 캠벨은 "잠을 자야 할 때는 밖에서 차를 충전하고 차 안에서 잠이 든다"며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파로 전기차 주행거리가 짧아지면서 충전소에서 몇시간씩 차례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근무시간은 늘어나고, 수입은 줄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기차 구매를 후회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시카고로 이사온 엔지니어 닉 세티는 "혹독한 날씨에서 테슬라를 소유하는 심경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았다"며 "올겨울을 견뎌보고 테슬라를 계속 소유할지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한파가 닥친 북유럽에 비해 미국에서 유독 전기차 충전사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미비한 충전 인프라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미국보다 평균기온이 훨씬 낮은 북유럽 국가들은 전기차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지만 이같은 상황을 겪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전체 차량 4대 중 1대꼴로 전기차인데,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충전기 설치를 늘리면서 겨울에 충전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를 완화했다. 또 노르웨이에서는 전기차 소유자의 거의 90%가 주택에 개인 충전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한편 테슬라는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추위에 대비해 충전량을 20% 이상 유지하고, 출발하는 순간부터 최대 효율로 작동하도록 하는 '출발 예약'(Scheduled Departure) 기능을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