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경복궁 담장이 80%가량 복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복구에 든 비용은 2000만원 이상이다.
문화재청은 4일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에 설치했던 가림막을 걷고 낙서 제거 및 긴급 보존 처리 작업을 마친 담장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16일 담장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한 이후 19일만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두 차례 발생한 '낙서테러'로 훼손된 담장 구간은 영추문 좌·우측 12.1m,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일대 24.1m 등 총 36.2m에 달한다.
국립문화재연구원과 국립고궁박물관 소속 보존처리 전문가들은 그동안 스팀 세척, 레이저 클리닝 등 화학적 방법과 물리적 방법을 동원해 스프레이 흔적을 지웠다.
일차적인 작업은 끝난 상태로, 추후 담장 표면 상태를 점검한 뒤 보존처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겨울철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석재 상태를 고려해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응급복구 위주로 작업이 이뤄졌다"며 "현시점의 공정률은 80% 정도"라고 설명했다.
복구비는 물품 비용만 2153만원이 들었다. 스팀 세척기, 레이저 세척기 등 전문장비를 빌리는 데 946만원, 작업에 필요한 방진복, 장갑, 작업화 등 용품 비용으로 약 1207만원이 들었다. 전문가들의 인건비, 복구 작업에 들인 기타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작업 기간은 강추위로 작업이 중단된 기간을 제외하고 총 8일이었다. 투입된 인원과 작업기간을 계산한 연인원은 234명이다. 하루평균 29.3명이 투입된 셈이다.
문화재청은 주요 국가유산(문화재)을 훼손한 행위에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손해배상은 처음 낙서를 남긴 10대 남녀와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20대 등 3명 모두에게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청은 "감정평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전체 비용을 산출한 뒤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며 "관계기관과 협력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본 경복궁 측은 법무법인에 자문해 손해배상 청구 절차, 인건비 계산 범위, 비슷한 사례나 판결 결과 등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향후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복궁을 비롯한 4대 궁궐, 종묘, 조선왕릉 등 주요 문화유산의 안전관리 강화 대책도 발표했다.
우선 경복궁은 야간 순찰을 8회로 확대하고 외곽 담장 주변 CCTV는 14대에서 20대 추가해 34대로 늘릴 예정이다. 2025년까지 주요 궁궐, 종묘, 왕릉에는 총 110대의 CCTV가 설치된다.
또 낙서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내판을 32곳에 설치하고 안내 책자도 배포한다.
문화재청은 궁·능뿐 아니라 다른 국가유산 관리에 허점이 없는지도 확인하고 돌봄 모니터링(관찰)에 필요한 점검 인력을 130명에서 160명(2025년 기준)으로 30명 더 늘린다. 여기에 현재 국민신문고와 연계해 운영중인 '문화재 훼손 신고' 제도를 널리 알리고, 신고자에 포상금을 지급하는 포상제도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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