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데우듯 토양 데웠더니…농약없이 땅속 병해충 '박멸'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12-20 14:50:20
  • -
  • +
  • 인쇄
▲땅속에 마이크로파를 침투시켜 열로 병해충을 방제하는 기술 (사진=한국전기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농약없이 토양 속 병해충을 방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기연구원 정순신 박사팀은 전자레인지가 음식을 데우는 데 사용하는 빛의 일종인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농토를 가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기술은 마이크로파를 특정기기에서 발사한 뒤 농토 속 30㎝까지 침투시키는 기술이다. 마이크로파는 토양 속 수분을 가열해 온도를 60~100℃까지 높여 세균과 곰팡이, 해충 등을 박멸한다. 이 기술은 수확이 끝난 빈땅에서 사용하도록 고안됐기 때문에 고열로 인해 농작물 뿌리가 망가지거나 생장을 방해하는 부작용은 없다.

농가에서는 주로 농약을 사용해 병해충을 방제한다. 그러나 농약은 땅에 잔류해 지속적으로 독성을 뿜을 수 있어 토양 건강에도 안좋고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 비로 인해 독성 오염수가 유출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게다가 병해충이 농약에 내성을 갖게 되면 방제 효과는 없이 토양만 망가뜨리게 된다.

마이크로파를 활용한 병해충 방제기술을 앞서 호주 등 해외에서 이미 등장했다. 그러나 열이 10㎝ 깊이밖에 침투하지 못해 방제 효과가 떨어진다.

이에 연구진은 마이크로파 침투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특수한 안테나를 만들었다. 안테나에서 방출된 복수의 마이크로파가 특정 지점에서 서로 합쳐져 더 큰 진폭을 형성하도록 해 해외 기술보다 3배 깊이 마이크로파를 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연작 장해'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작 장해란 같은 땅에서 같은 작물을 연속해서 키우게 되면 농작물 수확량과 품질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농토의 양분 감소와 함께 농토에 병해충이 새로 심은 작물에 옮겨가는 경우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장기간 휴작하는 방법도 있지만, 마이크로파를 활용해 농토를 가열하면 농토에 독성 성분 잔류 걱정 없이 병해충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연작이 가능해진다.

정순신 박사는 "농약 부작용이나 환경오염 걱정없이 병해충을 방제할 수 있다"며 "농업 생산성과 농가 소득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