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국이었던 아랍에미리트(UAE)가 기후총회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혀 눈총을 받고 있다.
국제사회가 COP28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의 멀어지는 전환'에 최종 합의한지 불과 며칠만에 의장국인 UAE가 '석유투자 확대'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아드녹(ADNOC)은 석유와 가스에 7년간 1500억달러(약 195조원)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드녹의 CEO인 알 자베르(Sultan Al Jaber) COP28 의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우리는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저탄소 에너지 공급업체로서 계속 행동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결국 시장에서 팔리는 에너지원은 국제 수요를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알 자베르 의장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도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소량의 화석연료는 필요하다고 전망했다"며 "석유 투자를 늘리더라도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세계는 계속해서 저탄소·저유가 석유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을 탈탄소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알 자베르 의장은 "아드녹이 추출량을 늘리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추출량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보유하고 있는 원전에서의 잠재적 추출을 상당부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큰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이 COP28 폐회 직후라는 점에서 적지않은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알 자베르 의장 COP28을 비롯 많은 기후회의에서 탄소중립을 외쳤다는 점에서 '이중적'이라는 지적이 난무하는 실정이다.
실제 그는 한 인터뷰에서 "가득찬 협상장을 둘러보면서 새로운 초안이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우리가 역사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할 정도로 합의 조율에 열성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에 COP28에 참석한 국가들은 회담 직후 "알 자베르 의장이 선진국과 개도국간 의견을 잘 조율했다"며 높게 평가했다는 후문이지만 기다렸다는 듯 '화석연료 확대'를 선언해 빛이 바랬다는 것이다.
기후운동가들도 UAE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 기후환경단체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의 데이비드 통(David Tong)은 "그는 자신이 이끄는 회사에서 합의 내용을 이행하고 화석연료 퇴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캐서린 아브레우(Catherine Abreu) E3G 선임연구원은 "모든 화석연료 생산업체는 자신들의 화석연료가 기후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특별한 화석 연료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수십년 동안 그린워싱을 일삼았다"고 일갈했다. 그는 "그러나 이제 마침내 베일이 벗겨지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상황이 바뀔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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