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한번 사용하면 부드러워져 재사용이 불가능한 주사바늘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연구팀과 의과학대학원 정원일 교수연구팀은 체온에 의해 딱딱했던 주사바늘이 부드러운 상태로 변해 재사용이 불가능한 정맥 주사바늘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주사바늘은 정맥 내 약물투여 중 혈관 손상 및 염증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번 사용하면 재사용이 불가능해 비윤리적 주사바늘 재사용 문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맥주사는 혈관에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방법으로 신속한 효과를 유도하고 지속적인 약물 투여를 통한 치료가 가능해 범세계적으로 환자치료에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주사바늘은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 딱딱한 소재로 제작돼 부드러운 생체조직에 손상과 염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치료과정 중 환자들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혈관 손상이나 통증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치료와 의료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사용 후 의도치 않은 찔림 사고를 야기하고 주사바늘 재사용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HIV), B형·C형 간염 바이러스 등 심각한 혈액 매개 질환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도 재사용이 불가능한 스마트 주사기 개발과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연구팀은 액체금속의 일종인 갈륨(Gallium)을 이용해 주사바늘 구조를 만들고 이를 생체적합성 폴리머로 코팅해 가변 강성 정맥 주사바늘을 제작했다. 딱딱한 상태의 주사바늘은 상용 정맥 카테터와 비슷한 수준의 생체조직 관통력을 갖는다.
하지만 체내에 삽입하면 갈륨의 액체화로 부드럽게 변해 혈관 손상없이 약물을 안정적으로 전달하고 주사 삽입 부위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장한다. 한번 사용한 주사바늘은 갈륨의 과냉각 현상에 의해 상온에서도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해 바늘 찔림 사고나 재사용에 따른 혈액 매개 감염 문제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또 동물실험 결과 상용 금속 바늘이나 플라스틱 카테터에 비해 훨씬 낮은 염증 반응을 보여 우수한 생체적합성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약물 전달력도 상용 주사바늘과 같이 안정적인 수준이다.
여기에 박막형 온도 센서 탑재도 가능해 실시간으로 환자의 심부체온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또한 잘못된 주사바늘 위치로 인한 약물 누수 감지도 가능해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정재웅 교수는 "개발된 가변 강성 정맥 주사바늘은 기존의 딱딱한 의료용 바늘로 인한 문제를 극복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고, 주사바늘 재사용으로 인한 감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카렌-크리스티안 아그노(Karen-Christian Agno) 박사과정 연구원과 의과학대학원 양경모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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