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배기가스 규제 한발 물러선 EU...환경단체 "제2 디젤게이트 조장"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1-08 12:56:13
  • -
  • +
  • 인쇄
배기가스 오염규정 '유로7' 규제 완화
자동차업계의 강한 반발과 로비 영향?

유럽연합(EU)이 자동차 회사들의 압박과 로비에 못이겨 배기가스 오염규정인 '유로7(Euro7)'을 완화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환경 및 보건전문가들은 "오염규정이 완화되면 약 1000억유로(약 139조5730억원)의 보건 및 환경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U집행위원회 산하 민간연구기관 CLOVE 컨소시엄(Consortium for Ultra-low Vehicle Emissions)은 "EU국가들은 이산화질소 규제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며 "유로7로 인한 기후관련 재정절감 효과의 절반가량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산화질소는 디젤 엔진에서 배출되는 독성 배기가스로, 지난해 EU에서 4만9000만명을 조기사망하게 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에 그동안 CLOVE 컨소시엄은 "이산화질소의 배출 허용량을 대폭 줄이고, 신모델 승인시험에서 실제 주행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의 양을 엄격하게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자동차 공학전문가들도 "지금의 주행시험은 구형 차종, 추운 날씨, 시내 주행 등 실제 도로 주행 환경에서 배출되는 이산화질소를 측정하지 못한다"며 시험조건 강화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EU 27개국이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이산화질소 허용량과 주행 시험 강도는 이전 규정인 유로6과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의 강한 반발로 이산화질소 규제를 강화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그동안 자동차업계는 "환경적 혜택은 작은 반면 회사와 고객은 이 규제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져야 한다"고 반발해 왔다. 하지만 CLOVE 컨소시엄의 주장에 따르면 친환경차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300억유로인 반면 도로 오염을 규제하는데 따른 이익은 1820억유로에 달해 업계의 주장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CLOVE 컨소시엄의 지시스 사마라스(Zissis Samaras) 교수는 "우리의 비용편익 분석은 투명한 분석과 자동차 제조업체 및 공급업체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대화를 기반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 위원들에게 유럽자동차공업협회(European Automobile Manufacturers’ Association, Acea)의 막대한 로비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6월 EU 시장담당 집행위원 티에리 브르통(Thierry Breton)과 올리버 집세(Oliver Zipse) 당시 Acea 회장 겸 BMW CEO간의 비밀회동에서 집세 회장은 "엄격한 이산화질소 배출량 제한에 반대하고 승인 시험을 느슨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이 "위원회는 강력하지만 실현 가능한 규제를 설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후 2022년 11월 EU집행위원회는 CLOVE 컨소시엄 권고안이 아닌 자동차 업계가 주장한 배기가스 배출 제한 요구안을 채택했다. 더구나 EU집행위원과 Acea 회장간 회담은 공개가 의무화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 투명성 자료에 실리지 않았다. 이에 EU집행위원회는 "행정적 감독으로 인해 회의가 제때 기록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들은 "2035년까지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에 있어서 자동차 업계의 지지는 필수적"이라며 "따라서 내연기관 오염 규제 철회라는 '당근'을 제시한 것같다"고 추정했다. 실제 마티아스 요한슨(Matthias Johansson) 볼보 마케팅 이사는 "유로7 초안대로 엄격하게 규제한다면, 볼보를 비롯한 우리 자동차 회사들은 불과 몇 년 후에 쓸모없게 될 내연기관 기술에 돈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유로7 규제완화는 제2의 디젤게이트"라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유럽운송환경연합(Transport & Environment)은 "배기가스 규제강화에 대한 업계 반발은 2015년 디젤게이트에서 제조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속임수를 사용해 배기관 배기가스 규제를 회피한 일을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유럽운송환경연합(Transport & Environment)의 안나 크라진스카(Anna Krajinska) 차량 배기가스 담당은 "2035년까지 유로7 인증을 받은 신차가 9500만대 판매될 예정"이라며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는 규제가 없다면, 이러한 차량 중 상당수는 2050년까지 WHO 기준을 초과해 공기를 계속 오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7은 결국 그린워싱된 유로6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크라진스카 담당은 "몇몇 자동차 제조업체가 10억달러를 벌 때마다 유럽 시민들은 병에 걸리고 수십억 달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자국민의 건강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EU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번 유로7 규제완화는 일부의 의견만 들은 것이 아닌 모든 이해관계자와 매우 폭넓은 협의를 거쳐 신중한 검토를 거친 결과"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이지웰, 멸종위기 '황새' 서식지 조성활동 진행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지난 26일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 일대에서 황새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논 조성 활동을 전개

자사주 없애기 시작한 LG...8개 상장사 "기업가치 높이겠다"

LG그룹 8개 계열사가 자사주 소각, 추가 주주환원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28일 일제히 발표했다. 이날 LG그룹은 ㈜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

쿠팡, 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확대 나선다

쿠팡이 중증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을 확대한다.쿠팡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과 중증장애인 e스포츠 직무모델 개발과 고용 활성

[ESG;스코어]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실적 1위는 'HUG'...꼴찌는 어디?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실적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감축률이 가장 높았고, 보령시시설관리공단·목포해양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IBS)

LG전자 신임 CEO에 류재철 사장...가전R&D서 잔뼈 굵은 경영자

LG전자 조주완 최고경영자(CEO)가 용퇴하고 신임 CEO에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이 선임됐다.LG전자는 2026년 임원인사에서 생활가전 글로벌 1위를 이끈

네이버 인수 하루만에...두나무 업비트 '445억' 해킹사고

네이버가 두나무 인수결정을 한지 하루만에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445억원 규모의 해킹사고가 터졌다.업비트는 27일 오전 두

기후/환경

+

현대이지웰, 멸종위기 '황새' 서식지 조성활동 진행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지난 26일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 일대에서 황새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논 조성 활동을 전개

[주말날씨] 11월 마지막날 '온화'...12월 되면 '기온 뚝'

11월의 마지막 주말 날씨는 비교적 온화하겠다. 일부 지역에는 비나 서리가 내려 새벽 빙판이나 살얼음을 조심해야겠다.오는 29∼30일에는 우리나라에

[ESG;스코어]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실적 1위는 'HUG'...꼴찌는 어디?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실적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감축률이 가장 높았고, 보령시시설관리공단·목포해양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IBS)

[날씨] 아직 11월인데...눈 '펑펑' 내리는 강원도

27일 강원도에 눈이 많이 내리면서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졌다.기상청은 이날 낮 12시를 기해 화천·양구군평지·강원남부산지·강원중부산

호주 화석연료 배출 전년比 2.2% 감소...재생에너지 덕분

호주가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커지면서 화석연료 배출량이 줄어들었다.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의 올해 화석연료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날씨] 겨울 알리는 '요란한 비'...내일부터 기온 '뚝'

27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린 후 기온이 뚝 떨어지겠다.이날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남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