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수위가 뚝 떨어진 파나마운하는 하루 통과할 수 있는 배의 수를 계속 줄이고 있어, 글로벌 물류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파나마운하청(ACP)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일일 통항 선박의 수를 25척으로 줄인데 이어, 내년 2월에 이를 18척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36척에서 31척으로 줄인 후, 최근 31척을 다시 25척으로 줄인데 이은 세번째 감축 조치다.
운하청이 단계적으로 통항 선박수를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운하에 물이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오랜 가뭄으로 운하 작동에 필요한 물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계단식 운하의 특성상 한 갑문에서 다른 갑문으로 배를 옮기려면 막대한 양의 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물 공급처인 가툰 호수가 현재 심각한 가뭄으로 수위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더구나 가툰 호수는 이 지역의 주요 식수원이기도 해서 수자원 확보를 위해 통항 선박수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실제 파나마 기상청에 따르면 이 지역의 10월 강수량은 1950년의 41%에 불과한 양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수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 운하청은 "이는 엘니뇨 현상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올 10월은 가장 더운 달"이라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파나마는 곧 건기가 다가오고 있어 물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파나마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글로벌 물류 동맥'이다. 이 운하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면 무역선들은 남미를 휘감고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물류비용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 때문에 파나마운하를 통해 이동하려는 선박들은 하루 통항제한에도 불구하고 대기할 수밖에 없다.
무역업계 관계자들은 "이전에는 건기에 통항을 제한한 경우는 있었지만 5월~12월 우기에 통항제한을 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통항 선박수를 계속 줄이게 되면 중국을 비롯 아시아 주요 국가와 미국 동부해안을 잇는 무역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한 보통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기간에 물류량이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류대란'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 물류 대기업 플렉스포트(Flexport)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해상 컨테이너선으로 운반되는 화물이 지연 도착할 것"이라며 "기존보다 약 2~3일 늦는 점을 양해해 달라"는 내용의 공고문을 발송하는 등 물류지연에 대비하고 있다.
파나마운하청은 "현재 철도나 차량 등 대체수송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보통 통상적인 통행 정체가 예약하지 않은 선박에서 오기 때문에 당분간 파나마운하를 사용하고 싶으면 필히 사전에 예약하기를 부탁드린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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