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자산운용 성패 '금융배출량'에 달렸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11-0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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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산운용사 위한 금융배출량 분석툴 개발
"탄소배출은 비용...ESG투자는 선진화된 투자전략"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 ©newstree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 4.7%를 기록한 국민연금과 연평균 수익률 10%를 기록한 캐나다연금기금(CPPI)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ESG 앵글의 차이'라고 단언했다. 류 대표는 "CPPI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최소 5년 이상의 투자 지평을 갖춘 장기투자"라며 "장기투자를 강조하게 되면 투자 포트폴리오의 '탄소집약도'가 굉장히 중요한 투자 고려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투자 포트폴리오 내 숨겨진 '탄소집약도'를 찾아내는 것이 향후 자산운용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ESG 평가 및 투자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가 투자 포트폴리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온라인으로 분석해주는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서비스'를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류영재 대표는 "자산운용사가 활용하면 가장 최적"이라며 "현재 400여개 상장사의 온실가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만 향후 비상장사의 데이터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첫 금융배출량 온라인 분석툴 개발

서스틴베스트 홈페이지의 '서스틴캐스트'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서비스'는 국내 최초로 개발된 금융배출량 온라인 분석툴이다. 서스틴베스트는 1년여간의 사전조사와 개발 끝에 지난 10월 19일 해당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수많은 종목들이 포함돼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입력하면 투자한 기업별 '탄소집약도'를 산출해준다. '탄소집약도'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매출액으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서비스'에는 온실가스배출량 공개 의무대상 기업 가운데 코스닥과 코스피의 중·대형주 교집합 407개 기업의 온실가스배출량 데이터가 담겨있다. 이들 기업의 탄소배출량은 △기업이 소유·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직접 배출되는 '직접배출량'(타입1) △지배기업 및 종속기업의 '연결배출량'(타입2) △해외 사업장을 제외한 국내 사업장 배출량(타입3) △단위매출액당 업계평균 탄소배출량을 기반으로 한 '추정치'(타입4) 등의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류 대표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입력하면 각 기업별 탄소배출량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리스크를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코스피, 코스피200, 코스닥 등 벤치마크를 설정하면 투자 포트폴리오 내 기업들의 탄소집약도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탄소집약도가 벤치마크 평균 탄소집약도보다 낮을 경우 탄소효율적(carbon efficient), 높을 경우 탄소비효율적(Carbon inefficient) 포트폴리오다.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서비스'를 개발한 이유에 대해 류 대표는 "최근 금융배출량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기관들은 자체 에너지 사용량은 많지 않지만 투자·대출을 통한 간접배출량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각국의 탄소중립 추진에 있어 금융기관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되고 있고, 금융기관 투자 포트폴리오의 탄소집약도인 '금융배출량' 관리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탄소배출은 비용···창밖에 와 있는 미래"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투자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을 감축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자신들의 수익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연기금들은 국가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스웨덴의 국가연금펀드(AP), 미국의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은 포트폴리오에 금융배출량 집약도를 반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와 네덜란드 공적연기금(ABP)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화석연료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책임 관점을 뛰어넘어 '탄소배출이 곧 비용'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일례로 유럽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2026년 10월 시행하는데 포스코의 경우 유럽 수출비중이 14% 정도 된다"며 "탄소효율적 경영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엄청난 비용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배출 문제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창밖에 와 있는 미래'라고 류 대표는 말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이같은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투자 포트폴리오에 탄소집약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류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우리나라 자금의 성격상 ESG투자나 녹색투자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투자자는 국민연금밖에 없다"면서 "국민연금이 닻을 내려주는 앵커링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책임투자는 발전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운용규모는 1000조원이 넘어 세계 연기금 가운데 3위에 이를 정도로 '큰손'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 5월 '탈석탄'을 선언하며 ESG투자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선언 이후에도 투자 비중이 줄지 않았고, 국민연금의 ESG위탁운용규모는 오히려 7조7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줄고 있어 이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류 대표도 "해외 연기금들이 국가의 탄소중립 실현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듯이, 국민연금도 ESG투자를 현재보다 더 늘릴 필요가 있다"며 "미래지향적 투자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기금 특성상 단기투자보다 장기투자를 지향한다고 봤을 때, 기업의 탄소배출량 감축여부는 장기투자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류영재 대표는 "ESG는 가장 최신의 선진화된 투자전략으로 굉장히 보수적이고 시장적인 패러다임"이라고 말했다. ©newstree


◇"국민연금이 앞장서야 기관투자자도 바뀐다" 

류영재 대표는 "ESG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경제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자본가와 투자자들이 자본주의를 지키기 위해 들고나온 가장 최신의 선진화된 투자전략"이라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굉장히 보수적이고 시장적인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단기수익에 치중하다 보니 장기적인 관점의 ESG투자에는 관심이 덜 할 수밖에 없다. 류 대표는 "ESG나 탄소집약도를 고려해서 투자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히든수익률을 높여가는 것"이라며 "스쿨버스가 '스쿨'이 아니라 '버스'인 것처럼 ESG투자는 'ESG'가 아니라 '투자'라고 인식해야 하는데 자꾸 앞의 수식어에만 매몰되는 것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ESG투자를 '투자전략'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국민연금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류 대표는 "국민연금을 위탁운용하는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선 국민연금의 ESG투자에 대한 지향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연금이 움직이면 기관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돼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연기금이나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처럼 국민연금도 금융배출량 탄소집약도를 포트폴리오에 반영하게 된다면 국내 ESG투자 시장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배출량을 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서비스'를 출시했고, 이 서비스가 투자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향상시켜주는 툴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류 대표는 "생각보다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우리 서비스에 관심을 보였다"면서 "우리 서비스는 온실가스를 공개하는 기업 외에 공개하지 않은 기업들의 추정치까지 산출할 수 있고, 향후 은행이나 채권투자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서비스가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탄소집약도를 고려하도록 하고, 기업들이 ESG경영을 개선하도록 촉매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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