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 규정들을 잇달아 유예되는 행보를 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내년 6월부터 시행 예정인 유럽지속가능성 보고표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 ESRS)을 2년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역 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관료주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은 조치는 기업의 보고 부담을 즉각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SRS는 EU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의 핵심요소로 현재까지의 ESG 보고 지침 가운데 범위가 가장 방대하다. ESRS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기업들은 스코프3 배출량을 비롯, 협력업체 직원들의 노동권 보장여부, 공장이 위치한 지역 주민들의 건강여부 등 기업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모든 ESG 요소를 빠짐없이 보고해야 한다.
관계자들은 "EU 집행위원회가 ESRS 시행 시점을 2년 연기하는 것을 제안한 것은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ESG 규정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최근 EU 내부에서는 지속가능성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8일(현지시간) EU 의회는 ESRS 전면 재개정 및 완화를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359대261로 부결된 것이다.
다른 지속가능 규제들도 연기되거나 조건이 완화되는 추세다. 유럽 내 ESG 투자 규정집인 EU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SFDR)에 관해, 최근 EU 당국은 "기한 내에 새로운 규정을 모두 충족할 수 없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전면 재검토하면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며 규정 완화를 시사했다.
또한 SFDR 표준을 개발하는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기업이 준수해야 할 일반적인 지속가능성 보고 요건에 대해 예상되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지침을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은행, 보험 및 자본 시장에 대한 보고 가이드라인은 2024년에 완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FRAG는 "보고 요건을 약 25% 줄이겠다"며 "유럽 의회 및 관련기관과 협력해 향후 모든 제안이 정책목표를 유지하면서 보고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성을 고려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ESG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EU는 기업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와 사회적 불평등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경제를 보다 지속가능한 모델로 이끌고자 했다"며 "그러나 이같은 EU의 야망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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