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찻길 사고로 죽은 동물 6만3989마리 가운데 국립공원에서 로드킬로 죽거나 다친 야생동물이 350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이 다수 포함돼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4일 국토교통부와 국립생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물 로드킬 사고는 15만4566건에 달했다. 게다가 로드킬 사고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해는 전년대비 71.7% 급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지난 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립공원에서 로드킬로 죽거나 다친 야생동물은 최근 5년간 2013마리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8년 383건, 2019년 462건, 2020년 294건, 2021년 322건, 2022년 350건으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 8월까지 집계된 로드킬 건수도 202건으로, 지난해의 73%가 넘었다.
문제는 법정보호종들이 로드킬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법정보호종 로드킬 사고는 591건으로 전년의 425건보다 늘었다. 멸종위기 1급이 삵이 330건으로 가장 피해가 많았고, 멸종위기 1급인 수달과 2급인 수리부엉이도 각각 148건, 29건에 달했다. 팔색조와 남생이, 산양도 로드킬을 당한 사례도 나왔다. 동물들의 울타리 역할을 해주고 있는 국립공원 내에서도 수달과 담비같은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이 로드킬 당하는 사례도 지난 2021년에만 46건이 있었다.
동물들의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서는 야생동물 유도울타리나 이동통로를 설치해줘야 하지만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관련 시설이 태부족인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로드킬 발생 상위 80개 도로 구간에 이같은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공원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국 21개 국립공원 가운데 생태통로가 있는 곳은 8개소에 불과했다. 더욱이 전체 찻길사고의 약 40%에 달하는 395건이 생태통로가 없는 내장산 등 13개 공원에서 발생했다. 국립공원 중 로드킬이 2번째로 많은 '한려해상공원'에는 안내표지판 6개만 설치돼 있으며, 45건의 로드킬이 있었던 '다도해공원'에는 과속방지턱만 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우리에게는 죽거나 다친 야생동물에 대한 구조와 보호 의무가 있다"며 "생태탐방로 등 인간의 행위로부터 야생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 마련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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