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한 기후학자가 귀국행 비행기 탑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 위기에 처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KIEL Institute for World Economy) 소속 지안루카 그리말다(Gianluca Grimalda) 박사는 솔로몬제도로 파견갔다가 귀국하는 과정에서 비행기 탑승을 거부하자, 연구소 측은 2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말다 박사는 배와 육로로 돌아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환경운동가인 그리말다 박사는 비행기 탑승 거부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는 6개월동안 기후변화가 솔로몬제도에 위치한 파푸아뉴기니의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후 유럽행 화물선 탑승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당초 그는 비행기없이 화물선, 여객선, 기차, 버스를 타고 유럽까지 왕복 2만2000km를 여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왕복에만 2개월이 소요되지만 탄소배출량은 3.6톤 절감된다.
그리말다 박사는 복귀 기한이 지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초 7월까지 현장조사를 마치고 9월 10일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그는 강도들에게 잡히고, 연구물이 도난당하고, 지역사회와의 교류에 어려움을 겪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연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연구소가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라 생각치 못해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가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태워 기후재앙을 가장 빠르게 부채질한다고 비판했다.
파푸아뉴기니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다. 그리말다 박사는 밀물을 피하려 마을 전체를 내륙으로 옮기고, 홍수를 막고자 필사적으로 맹그로브를 심고 있던 섬 주민들의 사연을 자신의 소셜서비스(SNS)에 상세히 소개했다. 그리고 조사기간 파푸아인들을 상대로 산업화된 세계의 탄소배출이 이들이 직면한 재난을 어떻게 야기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유럽으로 귀국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킬 연구소에서 이번 일을 빌미로 그리말다 박사가 과거 기후변화 관련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했던 것에 보복하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IPCC 6차 평가보고서의 주 저자인 줄리아 스타인버거 스위스 로잔느대학 생태경제학 교수는 "연구기관이 기후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업무를 열심히 하고 비행을 기피한다는 이유로 연구원을 해고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시민 불복종 운동 참여에 관한 보복 의도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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