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절대 안탄다!"...배와 육로 고집하는 獨기후학자 해고 직면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10-04 17:15:55
  • -
  • +
  • 인쇄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 소속 지안루카 그리말다 박사(앞줄 왼쪽)가 파푸아뉴기니 현지주민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Gianluca Grimalda X 계정)

독일의 한 기후학자가 귀국행 비행기 탑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 위기에 처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KIEL Institute for World Economy) 소속 지안루카 그리말다(Gianluca Grimalda) 박사는 솔로몬제도로 파견갔다가 귀국하는 과정에서 비행기 탑승을 거부하자, 연구소 측은 2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말다 박사는 배와 육로로 돌아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환경운동가인 그리말다 박사는 비행기 탑승 거부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는 6개월동안 기후변화가 솔로몬제도에 위치한 파푸아뉴기니의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후 유럽행 화물선 탑승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당초 그는 비행기없이 화물선, 여객선, 기차, 버스를 타고 유럽까지 왕복 2만2000km를 여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왕복에만 2개월이 소요되지만 탄소배출량은 3.6톤 절감된다.

그리말다 박사는 복귀 기한이 지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초 7월까지 현장조사를 마치고 9월 10일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그는 강도들에게 잡히고, 연구물이 도난당하고, 지역사회와의 교류에 어려움을 겪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연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연구소가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라 생각치 못해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가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태워 기후재앙을 가장 빠르게 부채질한다고 비판했다.

파푸아뉴기니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다. 그리말다 박사는 밀물을 피하려 마을 전체를 내륙으로 옮기고, 홍수를 막고자 필사적으로 맹그로브를 심고 있던 섬 주민들의 사연을 자신의 소셜서비스(SNS)에 상세히 소개했다. 그리고 조사기간 파푸아인들을 상대로 산업화된 세계의 탄소배출이 이들이 직면한 재난을 어떻게 야기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유럽으로 귀국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킬 연구소에서 이번 일을 빌미로 그리말다 박사가 과거 기후변화 관련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했던 것에 보복하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IPCC 6차 평가보고서의 주 저자인 줄리아 스타인버거 스위스 로잔느대학 생태경제학 교수는 "연구기관이 기후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업무를 열심히 하고 비행을 기피한다는 이유로 연구원을 해고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시민 불복종 운동 참여에 관한 보복 의도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빙그레, 지주사 전환과 인적분할 계획 '백지화'

빙그레가 '빙그레홀딩스'와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빙그레는 지난해 11월 22일 이사회에서 결의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

KCC·HD현대 손잡고 개발한 도료, 환경표지 인증 '취득'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어나 조선업계가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KCC와 HD현대(HD현대

스마트안전시스템 AI·챗GPT 기반 'AI 안전함'으로 진화

스마트안전시스템인 '안전함'이 인공지능(AI)과 챗GPT 기반의 'AI 안전함'으로 진화했다. 사단법인 한국스마트안전보건협회는 '안전함'에 AI와 챗GPT 기술

코오롱, 저소득층 아이들 위한 기부천사 '드림팩' 진행

코오롱그룹이 저소득가정 아이들을 위한 선물꾸러미 '드림팩(Dream Pack)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캠페인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코

과대포장과 스티로폼 '확 줄었다'...설 선물세트 '친환경' 대세

과대포장과 스티로폼 포장이 판을 치던 예년과 달리, 올해 설 선물세트 시장은 친환경 포장재가 대세로 굳어진 모습이다. 20일 본지가 백화점과 대형마

트럼프 취임식 4대그룹 총수 '불참'...참석하는 韓기업인 누구?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취임식에 참석하는 우리 기업인들의 명단도 윤곽이 드러나고

기후/환경

+

거대한 탄소창고 '북극'…이제는 지구온난화 '부채질'

지구의 거대한 '탄소창고' 역할을 하던 북극의 툰드라와 숲, 습지의 3분의 1이 탄소배출원이 됐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구동토층에 수 천년

'불의 고리' 대만 100차례 넘게 '흔들'...TSMC, 연속지진에 큰 피해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한 대만 남부지역에서 여진이 100여차례씩 이어지고 있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대만 타이둥현 서쪽 10km 지역에서

130km급 역대급 폭풍이 몰려오는 英 아일랜드 '초비상'

최대 풍속 130km/h에 달하는 역대급 폭풍이 영국 아일랜드에 몰아닥칠 것으로 예고됐다.23일(현지시간) 영국 국립기상센터는 24일 오전 2시부터 폭풍 '에

'LA 산불' 강풍에 되살아났다…하루새 여의도 10배 잿더미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이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또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되면서 하루밤

[주말날씨] 맑고 포근하다가...설 연휴 '많은 눈'

설 연휴를 앞둔 이번 주말은 전국이 맑고 포근하겠지만 설 연휴에는 흐려지면서 많은 눈이 내리겠다.오는 25~26일은 우리나라가 고기압 영향권에 놓이

'불의 고리' 연달아 지진·화산...후지산 폭발 가능성 '모락모락'

몇 일전 일본과 대만에서 규모 6.9에 달하는 강진이 발생한데 이어 23일(현지시간) 필리핀에서도 규모 5.7와 5.4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공포가 확산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