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이 '급속강화'된 것은 해수온도 때문
허리케인 '이달리아'(Idalia)로 미국 플로리다주가 쑥대밭이 된 가운데 기상학자들은 허리케인의 때이른 상륙 원인에 대해 '해수온도 상승'을 지목했다.
30일(현지시간) 오전 7시45분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와 게인스빌 사이 빅벤드 지역의 키튼 비치로 허리케인 '이달리아'가 강타하면서 일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시속 200㎞가 넘는 바람이 모든 것을 휩쓸어버렸고, 강풍에 해일까지 덮치면서 정전과 홍수 피해가 잇따랐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3명이다.
'이달리아'는 육지에 가까워질수록 세력이 더 빠르게 커졌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동부표준시(EST) 기준 오전 2시까지만 해도 3등급이라고 발표했던 '이달리아' 등급을 3시간 후인 오전 5시 '4등급'으로 격상했다. 그만큼 짧은시간에 세력이 강해진 것이다.
3등급 허리케인의 풍속은 시속 178∼208㎞로, 나무를 부러뜨리거나 뿌리째 뽑을 수 있는 정도다. 잘 지어진 주택도 지붕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보다 더 강한 4등급 허리케인은 풍속이 시속 209∼251㎞에 이르러, 건물 외벽까지 붕괴시킬 수 있는 위력이다. 대부분의 나무는 꺾일 수 있고, 전신주도 쓰러뜨릴 수 있다.
실제로 '이달리아'가 강타한 빅벤드 지역은 주택이 붕괴되고 집이 잠기는 등 그야말로 폐허로 변해버렸다. 이 지역은 지난 125년동안 전례가 없던 재해를 경험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짧은시간에 세력이 강해지는 현상을 '급속강화'라고 일컬었다. 열대성 저기압의 최대 풍속이 24시간 이내에 시속 56㎞ 증가할 경우를 '급속강화'라고 규정한다. '이달리아'의 풍속은 하루 사이에 시속 89㎞가 증가해 역대급 '급속강화'를 기록했다.
허리케인의 '급속강화' 현상은 지난 2017년 텍사스주 휴스턴을 덮친 '하비', 이듬해 푸에르토리코에 상륙한 '마리아', 지난해 플로리다주를 휩쓴 '이언' 등에서도 관측되면서 점차 흔한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콜로라도주립대학교에서 허리케인을 연구하는 필립 클로츠바흐 교수는 "수온은 허리케인의 세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로켓 연료만큼이나 효율적"이라며 "이달리아가 상륙전 지나간 해수의 온도는 무려 31~32℃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달리아'가 지나온 멕시코만 동부해역의 수온은 예년보다 2.5~3℃ 높은 상황이었다. 계속된 온난화로 지난 1일 전세계 평균 해수면 온도는 20.96℃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지난달 플로리다주 키스제도의 해수면 온도는 38℃ 이상 치솟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마이애미대학교 해양·대기·지구과학 선임연구원 브라이언 맥놀디는 "해양이 따뜻해질수록 급속강화 현상은 점차 잦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달리아'로 인한 피해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투자은행 UBS의 추산에 의하면 보험에 가입한 플로리다주의 부동산들이 입은 피해만 따져도 93조6000억달러(약 12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 추정치는 초기 피해여서 앞으로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달리아'에 따른 피해와 하와이 산불피해에 대한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나는 더이상 누구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역대급 홍수, 강도를 더해가는 가뭄, 극단적 더위, 심각한 산불이 우리가 전에 본 적 없는 중대한 피해를 유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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