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이슈] "면박주고 조롱하고"...과학고 자퇴한 10세 영재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8-21 14: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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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발굴단' 출신으로 올해 서울과학고에 입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자퇴한 백강현군 측이 공개한 서울과학고 내 학교폭력 내용. (사진=백강현 유튜브 캡처)


올 3월 10세의 나이로 서울과학고에 입학해 화제를 모았던 백강현 군이 한 학기만에 자퇴한 이유가 학교폭력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 오전 백군의 아버지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강현이가 올해 5월부터 (급우 형들로부터) '너가 이 학교에 있는 것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이다'는 말을 일주일에 2∼3번씩 지속적으로 들었다고 한다"며 "아이가 웃음을 잃고 우울해졌다"고 주장했다.

또 조별 과제에서 백군과 같은 조가 된 동급생들이 "강현이가 있으면 한 사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등의 면박을 주면서 백군을 유령 취급하는가 하면, '디시인사이드 찐따 갤러리'에 "백강현 X멍청한 XXXX,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XX"라는 게시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게시글에 관해 백군 측은 학교폭력위원회 소집과 경찰 사이버수사대 고발도 검토했지만 교사들의 설득으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3월 입학 당시 27㎏였던 백군 몸무게가 지금 22㎏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백군의 아버지는 이번 자퇴 결정이 학교폭력 탓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현이는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서가 아니라 경찰 고발 직전까지 이르렀던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그만두게 된 것"이라며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에 대해 학교 측의 어떠한 배려나 지원도 없던 게 컸다"고 적었다.

백군 아버지는 "고통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팀 과제에서 강현이 혼자 발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한 명 때문에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 강현이가 시스템에 맞춰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것이 실질적인 자퇴 이유라고 설명했다.

백군 아버지는 "'버티지 못하면 나가라'는 식의 학교 시스템만 강조하면 애초에 열살 아이를 왜 선발하셨냐. 머리 좋으면 이런 시련도 다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하셨냐"며 학교의 대응을 비판했다.

백군 측은 지난 19일 오전 백군의 자퇴 소식을 알린 바 있다. 영상에서는 "18일 서울과학고를 자퇴했다"며 "엊그제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는 아침, 일어나자마자 이를 닦으며 허둥지둥 수학 공식을 암기했다. 그러다가 거울 속에서 문제를 푸는 기계가 돼가는 저를 보게 됐다"고 사유를 밝혔다.

당시 영상에는 학교폭력 관련 언급이 일절 없었다. 오히려 백군은 서울과학고 같은 반 급우들을 '형, 누나'로 칭하고 "귀염둥이 백강현이가 이제 떠난다"며 훈훈한 분위기로 전했다.

왕따 피해를 폭로한 것은 자퇴 사실을 밝힌 지 하루만인 20일이었다. 이날 백군의 아버지는 '백강현과 관련하여 치가 떨리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게시하고, 오후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백강현군 측이 공개한 '선배맘'의 비방 이메일. (사진=백강현 유튜브 캡처)


영상에 공개된 메일에서는 '강현맘!! 설곽(서울과학고) 선배맘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백군의 서울과학고 자퇴를 알리는 유튜브 영상 내용을 문제 삼았다. 메일 작성자는 "강현이가 중간고사 전체 과목 중에 수학 한 문제밖에 못 풀었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시험도 안보고 사배자(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자소서와 1교시 기초학력평가로만 합격한 거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최소한 학교 학생들 이미지 떨어뜨리는 일 하지 말아야지"라고 비난하며 백군 측에 "유튜브를 삭제하고 학교 관련 이미지 실추시키는 거짓말을 더이상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같은 영상에서 백군 아버지는 이에 대한 반박 메일도 공개했다. 백군 아버지는 "강현이도 똑같이 2∼3교시까지 시험을 치렀고 정원외 20명 학생 중에 성적순으로 7명 안에 포함돼 합격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1학기 중간고사 전체과목에서 수학 한 문제만 풀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엉터리 사실로 어린 아기를 그렇게 폄하하니 마음이 편하냐"며 "뛰어난 점수는 받지 못했지만 모든 과목에서 점수가 골고루 잘 나왔다"고 밝혔다.

'선배맘'의 메일이 실제 같은 학교 재학생의 학부형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백군 아버지는 "(학폭) 가해자들로부터 어제 정식으로 사과를 받았고 용서해주기로 했다"며 "(가해) 학생에게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배맘'으로부터도 "너무나 큰 실수로 큰 상처를 드렸다"는 사과 이메일을 받았다며 캡처본을 공개했다.

백군은 생후 41개월째였던 2016년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수학과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드러내고 방정식을 풀면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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