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팔아 번 돈 '친환경 용기'에 올인..."회수까지 책임져야죠"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7-27 1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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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기업] 폐기물 저감 실천하는 '산수음료'
친환경 브랜드 '아임에코' 통해 판매와 회수까지
▲김지훈 산수음료 대표


지난해 국내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1300만톤에 달했다. 10년도 채 안돼 2배 이상 늘었다. 소비자들이 열심히 분리배출한 덕분에 수거율은 73%에 달하지만 수거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비율은 21% 수준이다. 소재가 다른 플라스틱들을 마구잡이식으로 수거하다보니 막상 재활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원료비보다 더 비싸 '배보다 배꼽'이다. 그래서 기껏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대부분 태워버린다.

이 때문에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플라스틱을 생산한 곳에서 수거까지 책임지는 생산자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아직 이 제도가 시행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이를 실천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산수음료'가 그 주인공이다. 산수음료의 주 사업은 생수판매지만, 폐기물과 탄소배출량 제로화를 위해 생수병을 회수하는 체계를 자체적으로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생수 회사가 어쩌다 용기 개발과 회수에 발벗고 나서게 됐을까. 플라스틱이 그대로 버려지는 것도, 소각되는 것도 방관할 수 없었다는 이 회사의 김지훈 대표는 "플라스틱 용기는 생산자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우리 회사는 소비자가 사용한 플라스틱 용기를 수거해서 원료로 다시 환원하고 이를 다시 재사용하는 자원순환 시스템을 이미 실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수음료는 국내 최초로 페트병 수거에서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원료의 품질저하 없이 병에서 병으로 재활용하는 '보틀투보틀'(Bottle to Bottle)도 구현하고 있다. 산수음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연분해 가능한 다회용기 개발을 비롯해 생분해 플라스틱을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친환경을 넘어 '찐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산수음료 김지훈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 수십억 쏟아부은 끝에 친환경 페트 개발



1세대 생수기업인 산수음료가 친환경 용기 개발에 뛰어든 것은 2018년부터다. 그 이유에 대해 김지훈 대표는 "창업주이신 선친께서 페트가 발생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셔서 정수기 말통만 고집하셨다"면서 "이같은 유지를 받들면서 생수병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용기를 직접 개발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생수병에 사용되는 투명페트병은 1kg 제조할 때 탄소가 2.67kg이 배출된다. 그만큼 탄소집약도가 높다. 그런데 재활용할 때마다 고분자가 짧아져 이론적으로 세번 이상 재활용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썩는데만 500년 이상이 걸리고,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하다. 김 대표는 "오염이 심한 플라스틱은 세척할 때 엄청난 양의 오폐수가 발생하고 소각하면 탄소뿐만 아니라 온갖 유해물질이 배출된다"면서 "그래서 저탄소 바이오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분해되는 소재를 개발하는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용기개발을 전담할 자회사 에코패키지솔루션을 설립하고, 2년간 60억원의 개발비를 쏟아부은 끝에 2020년 세계 최초로 병뚜껑과 라벨까지 100% 생분해되는 100% 사탕수수로 만든 투명페트병 '고마운 샘'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페트병 중량도 크게 줄였다.

▲100% 사탕수수로 만든 투명페트병 '고마운 샘' (사진=산수음료)


산수음료가 독자 개발한 사탕수수 기반의 저탄소 플라스틱 'cPLA'는 썩는데 7년이면 충분하다. 1kg을 제조할 때 탄소배출량은 0.5kg로 기존 페트 재질의 5분의 1 수준이다. PLA 소재는 몸속에서 일정기간 후에 녹아버리는 수술용 실로도 쓰일만큼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다.

산수음료는 내친김에 100% 사탕수수로 만든 다회용기 개발에도 나섰다. 김 대표는 "기존 다회용기로 많이 사용되는 PP재질은 열에 약해서 80℃ 이상의 물에 세척하고 고열로 건조하면 변형된다"면서 "열에 의해 변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척물 온도를 낮추면 세척횟수가 3번에서 5번으로 늘어나니 배출되는 오폐수가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산수음료에서 개발한 100% PLA 소재의 '아임에코 다회용기'는 PP재질보다 훨씬 단단하면서 열에 의한 변형이 없다고 했다. 화장품 용기로 사용해도 손색없다고 말하는 김 대표는 "우리가 만든 PLA 다회용기는 158℃까지 견디기 때문에 PP처럼 열에 변형될 일이 없다"면서 "미세플라스틱 염려도 없을 뿐만 아니라 수거 후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한 친환경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생산하는 쪽에서 수거까지 책임져야"



현재 산수음료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 '아임에코(I'm eco)'를 통해 생분해 투명페트병과 다회용기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만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판매한 고객에게 용기를 회수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202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이 쇼핑몰은 정기배송 방식으로 생수를 판매하고, 판매한 생수병은 자체 회수 서비스를 통해 회수한다.  

김 대표는 "회수 등 후처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2019년부터 '클로징더루프'(Closing the Loop) 캠페인을 시작해 자체 역물류시스템을 구축해 주로 대량 사용되면서 회수하기 쉬운 호텔과 식당, 경기장 위주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 회수도 손쉬울 뿐만 아니라 세척도 최소화할 수 있다. 단일 소재여서 재활용하기도 용이하다는 것이다. 

산수음료는 친환경 용기 판매에서 수거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올 1월 3개사와 자원순환 컨소시엄을 체결하고 협업하고 있다. 자회사 에코패키지솔루션은 제조를 담당하고, 경기도 자활근로센터 라라워시는 회수한 용기를 세척한다. 또 서울·경기권 폐기물 처리업체인 평아기업은 수거와 폐기물 관리 등을 맡고 있다. 자회사인 '위사이클'(WECYCLE)이 이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산수음료는 이외에도 사탕수수 30%를 사용한 저탄소 생수 '깨끗한 샘'을 판매하고 있지만, 지난 5월부터 국내 생수업계 최초로 재생원료 10%를 사용한 '리:가벼운 샘'도 판매하고 있다. '리:가벼운 샘'은 병에서 병으로 다시 자원을 순환시킨 대표적인 '보틀투보틀' 제품이다. '가벼운 샘'은 수거된 페트병을 물리적 방식으로 재활용한 고품질 재생원료가 10% 섞여있다. 조만간 재생원료 30% 함유한 보틀투보틀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100% 재활용 가능한 PLA 소재 '아임에코 다회용기' (사진=산수음료)


여러 차례 재활용되면서 수명이 다한 '아임에코 다회용기'는 혐기소화 시설로 보내진다. 이 시설에서 음식물쓰레기, 가축분뇨, 오폐수 등에 섞여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가스를 만드는 촉매제로 쓰인다. 혐기소화 시설은 국내에 100여곳이 넘는다. 완전히 폐쇄된 공정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오히려 에너지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산수음료는 유독물질 없이 미생물을 활용한 열화학적 전처리 과정을 통해 바이오가스 생산량을 5배 늘렸다. 축제현장에서 수거한 다회용기를 현재 바이오가스 등으로 자원화하는 것을 규제자유특구에서 시범운영을 준비중에 있다고 밝힌 김 대표는 "하나를 해결하자고 다른 환경을 파괴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100% 재활용은 아니더라도 탄소배출량과 폐기물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로, '지구의 생명을 살리는 소비'를 지향하는 산수음료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생산하는 쪽에서 수거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같은 사이클이 구축되면 소비자들은 재활용이나 일반 구분없이 음식물쓰레기와 한꺼번에 생분해성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일반쓰레기와 함께 소각되지 않고, 음식물쓰레기와 함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자원재활용법 개정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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