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한 극한기후 병원균 확산시켜
기후변화와 산림벌채 등으로 동물과 인간의 서식지가 계속 겹치면서 동물성 병원균으로 인한 전염병 위협이 앞으로 더 많아질 전망이다. 진드기와 모기, 박테리아, 조류, 곰팡이 병원성 매개체가 기후조건에 적응하기 위해 서식지를 옮기거나 확장하고 있어, 질병도 변화하는 지구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몇 가지 주요 방식으로 질병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동물들이 서식지의 기온 상승을 피하기 위해 더 높고 서늘한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질병을 옮기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새로 유입된 동물과 기존 동물종간의 바이러스 전염 위험을 높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매년 2000만명의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이나 산림벌채 혹은 기후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주거지를 옮기거나 식량이나 의료 등 자원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곳으로 이주하면서 더 다양한 질병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CDC는 "조류독감의 경우 새들이 고온과 해수면 상승을 피하기 위해 계속 이동하면서 더 쉽게 확산되고 있다"며 "결국 이는 인간에게 더 쉽게 전염되게 만든다"고 했다.
국제보호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의 의사 닐 보라(Neil Vora)는 "이것은 단지 미래의 일이 아니다"며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형으로 지금 당장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학자들은 "겨울이 따뜻해지고 가을과 봄이 온화해지면 진드기, 모기, 벼룩 등 병원균을 옮기는 매개체가 1년 중 더 오랜기간 활동할 수 있다"며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는 지난 10년간 라임병을 옮기는 검은다리 진드기가 급증했는데, 따뜻한 겨울이 이런 추세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가뭄과 홍수 등 불규칙한 극한기후도 수인성 질병이 퍼지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CDC는 "수인성 박테리아인 콜레라는 남아시아 국가에서 홍수로 인해 식수가 오염되는 몬순기 번성하며, 특히 위생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더욱 기승을 부린다"고 했다.
미국 서부의 토양에서 자라는 진균성 병원균인 밸리열은 가뭄기에 포자가 되지만 비가 오면 번성한다. 이에 대해 CDC는 "불규칙한 기후로 공기중으로 쉽게 흩어져 사람의 호흡기로 침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후위기는 공공보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CDC의 또다른 통계에 따르면 2004년~2016년까지 미국에서 모기와 진드기, 벼룩과 관련된 질병 사례가 3배로 증가했다. 또 미국 하와이대학교(University of Hawaiʻi) 연구논문에 따르면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모든 병원체의 절반 이상이 기후변화로 인해 악화될 수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부터 2050년까지 말라리아, 물부족 등 기후와 관련된 공공보건 위협으로 인해 매년 25만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Georgetown University) 생물학자 콜린 칼슨(Colin Carlson) 박사는 "기후변화는 질병 위험을 변화시키고 있을뿐만 아니라 이러한 질병의 위험은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지구온난화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한 방식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전염병과 팬데믹 위협에 대비해 각국 정부와 의사 등이 국경을 넘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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