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모기' 빨리 성장하고 오래산다...질병 위험도 증가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6-30 13:15:00
  • -
  • +
  • 인쇄
최근 10년 새 모기 서식지 3배 증가
말라리아와 뎅기열 발병지역도 확대

기후변화로 모기 서식지가 지난 10년 사이에 3배 늘어났고,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와 뎅기열같은 질병의 발생지역도 더 넓어지고 있다.

비영리 기후연구단체 클라이밋센트럴(Climate Central)은 미국의 약 250개 지역의 지난 40년간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70% 이상이 모기가 살기좋은 덥고 습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연구자료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폭염이 더 자주, 더 심하게 발생하고 폭풍과 홍수로 인해 물웅덩이가 많아졌다"며 "이로 인해 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했다.

런던 위생 및 열대의학대학(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의 올리버 브래디(Oliver Brady) 교수는 "기온이 상승하면 모기가 더 빨리 성장하고 더 오래 살 수 있다"며 "또 모기 안에 있는 바이러스나 기생충이 더 빨리 성숙한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겨울이 되면 모기가 죽었지만 이제는 사계절 내내 번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모기가 단순히 피를 빨아먹고 밤잠을 방해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말라리아, 뎅기열 등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옮긴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는 최근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과학자들은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미국에서 말라리아가 더 흔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개체수가 불어난 모기로 인해 말라리아가 확산될 수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Georgetown University) 연구보고에 따르면 말라리아가 창궐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모기의 활동 범위가 크게 확장되고 있다. 보고서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아노펠레스 모기는 평균적으로 1년에 약 21피트씩 고지대로 이동하고 남쪽으로 약 3마일씩 이동한다"고 밝혔다.

조지타운대학에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콜린 칼슨(Colin Carlson) 박사는 "이 속도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나올 수 없다"며 "아직 말라리아를 접하지 못해 방역 대책이 없는 지역은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칼슨 박사는 또 "모기는 뎅기열 등 치명적인 질병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며 "비정상적으로 많은 강우량과 따뜻한 기온이 모기에게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뎅기열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며 "서유럽, 미국, 중국에 거주하는 10억명의 새로운 사람들이 뎅기열 전염에 적합한 기상 조건에 노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주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uropean Centre for Disease Prevention and Control, ECDC)는 "뎅기열을 옮기는 흰줄숲모기가 유럽으로 밀려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셀린 고스너(Celine Gossner) ECDC 신종 및 전염병 연구 수석은 "놀라운 것은 확산 속도"라며 "불과 10년 만에 이 모기가 서식하는 지역이 3배로 증가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올리버 브래디 교수는 "유럽에서 뎅기열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이미 뎅기열이 있는 지역의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는 의미"라며 "특히 중국과 인도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사소한 변화도 잠재적으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캐리생태계연구소(Cary Institute of Ecosystems Studies)의 섀넌 라도(Shannon LaDeau) 박사는 "이미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지역 사회가 모기 매개 질병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며 "바로 이곳에 지원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과학자들은 모기 매개 질병을 줄이기 위한 연구에 나서고 있다. 영국 생명공학기업 옥시텍(Oxitec)은 번식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변형 유전자가 포함된 모기를 실험하고 있다. 또한 호주 모나쉬대학교(Monash University) 연구진은 모기 내부에서 바이러스가 복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브래디 교수는 "결국 기후변화를 줄이지 못하면 이러한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적극적인 기후 완화가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엔씨, 탄소배출량 절반으로 감축…'ESG 플레이북 2024' 발간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했다.엔씨소프트가 지난해 ESG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ESG 플레이북(PLAY

우리금융, 다문화 장학생 1000명 대상 18.9억 장학금 지원

우리금융이 올해 다문화 장학생 1000명을 선발하고, 18억9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우리금융은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의 '다문화 장학사

계면활성제 대체제 나오나...LG전자 '유리파우더' 실증 나선다

LG전자가 세탁세제 원료인 계면활성제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신소재 유리파우더 '미네랄 워시(Mineral Wash)'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증에 나선다.LG

카카오, ESG 보고서 '2024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 발간

카카오가 2024년 한해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주요 활동과 성과를 담은 ESG 보고서 '2024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을 25일 발간했다.카카오는 2024년 AI

4대 금융 ESG평가 '최우수'...LG·현대차·KT·SKT 한단계 하락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4개 금융지주사가 ESG경영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LG, 현대자동차, KT, SK텔레콤은 모두 한계단 하락했다.

기후/환경

+

챗GPT로 학교숙제?..."원자력으로 계산기만 쓰는 격"

인공지능(AI)의 탄소배출량이 모델 및 질문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 수준에 따라 최대 6배, AI 모델 수준에 따라서는 최대 50배까지도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대구가 작아졌다"…1990년대 이후 몸집 절반 줄어든 이유

1990년대 이후 대구의 몸길이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가 인간의 포획활동을 회피하기 위한 유전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간이 몸집이 큰

열돔에 갇힌 美 대기오염도 악화...뉴욕 3일째 '오존 경보'

미국 중부와 동부를 뒤덮은 열돔 현상이 폭염뿐 아니라 대기질까지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뉴욕과 롱아일랜드 지역은 지상오존 농도

보조배터리부터 전자담배까지...'패스트테크' 전자폐기물 주범

패스트푸드, 패스트패션에 이어 일명 '패스트테크'로 알려진 저가의 소형 전자제품들이 전세계 전자폐기물 문제의 주범이 되고 있다.패스트테크는 휴

졸업식 도중 150명 '열사병'…美 1.6억명 열돔에 갇혀있다

미국 동부에 위치한 뉴저지주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학생 150여명이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현재 미국은 열돔 현상으로 1억6000만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