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산불연기 마시면 위험..'태아체중 줄어든다'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6-23 15:54:35
  • -
  • +
  • 인쇄
▲올 4월 강릉시 난곡동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사진=산림청)

산불 연기가 임신중인 태아의 체중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 산불 연기가 임산부와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성균관대의대 사회의학교실 김종헌 교수연구팀은 2000년 4월 강원도 고성과 동해, 삼척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 재해에 노출됐던 임산부를 대상으로 태아의 출생체중 등을 분석한 결과 전체적으로 출생체중이 감소한 것으로 관찰됐다고 23일 밝혔다.

동해안 산불 재해는 2000년 4월 7일부터 15일까지 총 9일간 지속됐고, 약 2만3794헥타르(ha)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연구팀은 통계청 출생신고 자료를 기반으로 산불이 끝난 4월 15일 이후 출생한 신생아 1854명의 출생체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산불 연기에 노출된 임산부가 출산한 아이의 평균 출생체중은 일반적인 아이보다 평균 41.4g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기간별 산불 연기 노출에 따른 체중 감소량은 1분기(1~16주) 23.2g, 2분기(17~28주) 27.0g, 3분기(29주 이후) 32.5g으로 각각 분석됐다.

연구팀 설명에 따르면 산불 연기는 태아의 횡경막 압박을 일으켜 호흡수를 증가시키고 정상적인 산소 공급을 방해해 태아 성장이 느려지고 발달 지연을 초래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산불이 임산부와 태아에 미치는 건강 위해성이 수차례 보고된 바 있다.

브라질의 한 연구에서는 임신 1분기와 3분기동안 산불에 노출된 것이 저체중아 출산과 가장 높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콜로라도에서 진행된 연구에선 임신 첫 3개월동안 산불 연기에 포함된 초미세먼지(PM 2.5) 등에 노출될 경우 신생아 체중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

김종헌 교수는 "미세먼지 등의 산불 부산물이 폐포모세혈관세포와 상호작용해 산화 스트레스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염증을 일으킨다"며 "이런 염증 반응은 혈관 기능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고 혈액 응고 경향을 증가시켜 태아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혈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산불의 건강 위해성을 입증해낸 점을 들어 국내에서는 산불 연기 발생 시 건강 예방 요령 등 공중 보건 접근법에 대한 지침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환경부, 질병관리청, 산림청 등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산불의 건강 영향을 평가하고 통제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자사주 없애기 시작한 LG...8개 상장사 "기업가치 높이겠다"

LG그룹 8개 계열사가 자사주 소각, 추가 주주환원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28일 일제히 발표했다. 이날 LG그룹은 ㈜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

쿠팡, 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확대 나선다

쿠팡이 중증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을 확대한다.쿠팡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과 중증장애인 e스포츠 직무모델 개발과 고용 활성

[ESG;스코어]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실적 1위는 'HUG'...꼴찌는 어디?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실적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감축률이 가장 높았고, 보령시시설관리공단·목포해양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IBS)

LG전자 신임 CEO에 류재철 사장...가전R&D서 잔뼈 굵은 경영자

LG전자 조주완 최고경영자(CEO)가 용퇴하고 신임 CEO에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이 선임됐다.LG전자는 2026년 임원인사에서 생활가전 글로벌 1위를 이끈

네이버 인수 하루만에...두나무 업비트 '540억' 해킹사고

네이버가 두나무 인수결정을 한지 하루만에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445억원 규모의 해킹사고가 터졌다.업비트는 27일 오전 두

LG U+, 임원 승진인사 단행...부사장 3명, 전무 1명, 상무 7명

LG유플러스가 2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부사장 승진 3명, 전무 승진 1명, 상무 신규 선임 7명에 대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이번 인사는 중·장기 성

기후/환경

+

[주말날씨] 11월 마지막날 '온화'...12월 되면 '기온 뚝'

11월의 마지막 주말 날씨는 비교적 온화하겠다. 일부 지역에는 비나 서리가 내려 새벽 빙판이나 살얼음을 조심해야겠다.오는 29∼30일에는 우리나라에

[ESG;스코어]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실적 1위는 'HUG'...꼴찌는 어디?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실적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감축률이 가장 높았고, 보령시시설관리공단·목포해양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IBS)

[날씨] 아직 11월인데...눈 '펑펑' 내리는 강원도

27일 강원도에 눈이 많이 내리면서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졌다.기상청은 이날 낮 12시를 기해 화천·양구군평지·강원남부산지·강원중부산

호주 화석연료 배출 전년比 2.2% 감소...재생에너지 덕분

호주가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커지면서 화석연료 배출량이 줄어들었다.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의 올해 화석연료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날씨] 겨울 알리는 '요란한 비'...내일부터 기온 '뚝'

27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린 후 기온이 뚝 떨어지겠다.이날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남

열대우림 벌목만 금지?...매장된 화석연료 '3170억톤 탄소폭탄'

전세계 열대우림 아래에 막대한 화석연료가 매장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26일(현지시간) 환경전문매체 몽가베이(Mongabay)에 따르면, 국제환경단체 '리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