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연기가 임신중인 태아의 체중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 산불 연기가 임산부와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성균관대의대 사회의학교실 김종헌 교수연구팀은 2000년 4월 강원도 고성과 동해, 삼척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 재해에 노출됐던 임산부를 대상으로 태아의 출생체중 등을 분석한 결과 전체적으로 출생체중이 감소한 것으로 관찰됐다고 23일 밝혔다.
동해안 산불 재해는 2000년 4월 7일부터 15일까지 총 9일간 지속됐고, 약 2만3794헥타르(ha)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연구팀은 통계청 출생신고 자료를 기반으로 산불이 끝난 4월 15일 이후 출생한 신생아 1854명의 출생체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산불 연기에 노출된 임산부가 출산한 아이의 평균 출생체중은 일반적인 아이보다 평균 41.4g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기간별 산불 연기 노출에 따른 체중 감소량은 1분기(1~16주) 23.2g, 2분기(17~28주) 27.0g, 3분기(29주 이후) 32.5g으로 각각 분석됐다.
연구팀 설명에 따르면 산불 연기는 태아의 횡경막 압박을 일으켜 호흡수를 증가시키고 정상적인 산소 공급을 방해해 태아 성장이 느려지고 발달 지연을 초래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산불이 임산부와 태아에 미치는 건강 위해성이 수차례 보고된 바 있다.
브라질의 한 연구에서는 임신 1분기와 3분기동안 산불에 노출된 것이 저체중아 출산과 가장 높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콜로라도에서 진행된 연구에선 임신 첫 3개월동안 산불 연기에 포함된 초미세먼지(PM 2.5) 등에 노출될 경우 신생아 체중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
김종헌 교수는 "미세먼지 등의 산불 부산물이 폐포모세혈관세포와 상호작용해 산화 스트레스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염증을 일으킨다"며 "이런 염증 반응은 혈관 기능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고 혈액 응고 경향을 증가시켜 태아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혈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산불의 건강 위해성을 입증해낸 점을 들어 국내에서는 산불 연기 발생 시 건강 예방 요령 등 공중 보건 접근법에 대한 지침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환경부, 질병관리청, 산림청 등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산불의 건강 영향을 평가하고 통제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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