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제감축 목표치 올려놓고 예산은 삭감
우리나라가 앞으로 7년 내 국외에서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는 총 3750만톤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확보한 감축량은 50여만톤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국외 온실가스 저감사업의 감축실적을 국내로 이전하는 '국제감축' 협정을 맺은 나라는 베트남, 몽골, 가봉 3개국이다. 지난 2021년 베트남과 협정을 체결한데 이어, 지난해 몽골, 올해 가봉과 협정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사업이 진행중인 곳은 몽골 1곳뿐이다.
지난해 환경부는 '온실가스 국제감축 이행약정'에 기반해 몽골 울란바토르시에 위치한 나랑진 매립장에 메탄 감축시설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메탄을 포집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올해부터 10년간 온실가스 54만톤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감축량도 2030년 이내에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검증절차를 거쳐 실제 감축량 추이를 확인하는 데만 3~4년이 걸리고, 사업기간도 2033년에 만료된다. 2030년 이후 3년간의 감축량이 제외되면서 2030 NDC 실적으로 인정되는 감축량은 54만톤에 미치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 가운데 국외감축 성과를 인정받은 사례는 지난 1월 환경부가 우즈베키스탄 바이오가스 발전사업에 지분투자를 통해 11만톤을 얻어낸 게 전부다. 이 사업 역시 사업기간이 10년이기 때문에 전체 실적이 2030년 이전에 반영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국외감축분이 3750만톤이다. 정부는 올 3월 국제감축 부문의 목표치를 기존 3350만톤에서 3750만톤으로 높였다. 이는 2030 NDC 전체 감축량 목표치인 2억9100만톤 가운데 12.9%를 차지한다. 전환부문(42.5%) 다음으로 비중이 가장 높다.
국외감축 목표가 처음 정해졌던 2017년 이후 6년이 지났지만, 2030 NDC 제출 이전에 확보할 수 있는 국외 저감실적은 50~60여만톤에 불과한 것이다. 즉 부족분 3690~3700만톤을 7년 안에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국의 탄소중립 이행에 있어 국제감축 협정은 매우 중요하다. 교토의정서를 통해 탄생한 청정개발체제(CDM)가 오는 12월 31일부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른 지속가능발전체제(SDM)로 전환되면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로 제한됐던 국가간 온실가스 감축실적 이전이 모든 당사국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이에 각국은 앞다퉈 국제감축 상호협정을 맺고 있다. 전세계 126개국은 이미 국제감축 계획을 NDC에 명시했고, 전세계적으로 13억7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가 넘는 시범사업이 추진중이다.
국제감축 협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치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 주도 국제감축 협정인 '공동감축메커니즘'(JCM)에는 올 4월 기준으로 2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 환경성 주도로 진행되는 탄소저감 프로젝트도 228개에 이른다. 이를 통해 확보한 온실가스 저감실적은 연평균 25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은 국제기준이 정해지길 기다리기에 앞서 다양한 실증사업을 통해 선점효과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스위스는 정부 주도로 설립한 클리크재단(KliK Foundation)을 통해 11개 국가와 협정을 맺어 2021~2030년 총 5400만톤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지열, 전기차보급, 폐기물관리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중이다. 싱가포르도 정부 차원에서 환경친화기업 '화이트리스트'를 관리하고 있고, 이들의 실적을 세계은행(WB)이 출범시킨 데이터 플랫폼 '기후행동데이터재단'(Climate Action Data Trust)에 공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협정 체결국과의 사업을 늘리는 데 필요한 사업추진 예산마저 깎았다. 올해 우리나라 국제감축 사업예산은 217억3900만원이다. 각 부처가 요구한 354억2900만원에서 40%가량 삭감된 액수다. 산업통상자원부 한 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야 하지만 일본처럼 통합된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지 못한 상태"라며 "국제감축 사업의 70% 이상을 산업·에너지 분야가 차지하는만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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