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구성 여전히 미흡...기업인 출신 더 늘려야
올해 정기주총에서 신규 선임된 100대 상장기업의 사외이사 187명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 이사의 비중이 25%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ESG평가원은 올봄 정기주주총회 이후 새로 선임된 SK, LG, 포스코, KB금융, 신한금융 등 100대 상장기업의 사외이사 187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여성의 비율은 25%였다. 지난해말 기준 사외이사 465명 가운데 여성비중이 100명(22%)이었던 것에 비해 늘어난 모습이다.
지난해 8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은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다. 최소한 1명 이상의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 의무화된 것이다. 이를 위반시 처벌 조항은 없지만 ESG경영 차원에서뿐 아니라 투자와 기업평판에서 감점을 받지 않기 위해 기업들이 따르는 분위기다.
한국ESG평가원은 이번 분석에서 특히 중점을 둔 것은 사외이사의 과거 및 현재 직업이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대표는 "우리나라에선 사외이사가 경영진 뜻에 순응하는 거수기 역할, 심지어 대외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인맥 구축용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왔다"며 "이들이 얼마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고 있는지는 사외이사의 신상명세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고 분석 취지를 설명했다.
사외이사의 46%의 직업은 연구직을 포함한 현직 교수로, 지난해말 50%보다 소폭 줄었다. 그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직업은 법무법인 19%, 민간기업 14%, 회계법인 3% 순이었다. 민간기업 CEO나 임원 출신 비중이 지난해말 기준 11%에서 14%로 3%포인트(p) 커진 점도 긍정적이다. 선진국처럼 경영에 실질적인 조언을 할 수 있는 민간기업 경영자 출신의 사외이사 비중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외이사의 과거 직업도 교수 비중이 38%로 가장 컸다. 교수 외 사외이사의 전직 비중은 관료가 17%, 법조인이 15%로 컸다. 법조인 출신에서도 검사와 판사 등 사실상 전직 관료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상당수여서, 실질적인 관료 비중은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관예우 관행과 더불어 기업들이 사외이사의 대정부 창구 역할을 여전히 중시한다는 점을 엿보게 한다.
경영 의사결정을 생생하게 조언할 전문경영인 출신은 12%에 불과했다. 이밖에 금융계 출신이 11%, 회계법인 출신 4%, 언론계 출신 2%였다.
연령으로 보면 사외이사 총 187명의 평균 연령은 60.1세였다. 지난해 말 기준 종전 사외이사의 평균연령 60.5세과 비교할 때 조금 젊어졌지만 대동소이하다. 최고령은 DGB금융지주의 최용호 이사(80세), 최연소는 롯데쇼핑의 전미영 이사(32세)였다.
60대가 전체의 50%, 50대가 36%였다. 70대가 7%, 40대가 5%였으며, 30대 사외이사는 1%였다. 50~60대가 전체의 86% 절대다수를 점한 것은 연륜이나 경력 등 면에서 볼 때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여지지만, 70~80대 이사가 8%인데 비해 30~40대가 이보다 적은 6%에 그쳤다는 점은 이사회 운영이 젊은 세대의 진취성과 활력을 주입하기 곤란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재선임된 사외이사의 비중과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의 비중은 거의 반반이었다. 2020년 상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사외이사의 임기는 최장 6년을 초과할 수 없다. 임기 제한이 없으면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유착하여 감시와 견제 기능이 약화되고 독립성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ESG평가원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평가를 위해서는 오너 및 경영진과의 인맥관계와 회사와의 거래관계 등을 면밀히 조사해야 하지만, 공개된 자료만으로 이런 부분까지 정확히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다만 70대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크다거나, 회사 비즈니스와 무관한 경력의 사외이사가 있다면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일단 들여다 볼만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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