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플라스틱보다 친환경 소재일까?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5-01 08:30:02
  • -
  • +
  • 인쇄
제조시 탄소발자국, 플라스틱보다 높아
원료 채광보다 재활용이 탄소배출 적어

유리는 복원력과 기능성이 뛰어나 음식 보존부터 인터넷 전원 공급까지 모든 분야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국제연합(UN)은 유리가 인류발전에 기여한 바를 기념하고자 2022년을 '국제 유리의 해'로 명명하기도 했다.

유리는 품질 열화 없이 재활용 가능한 재료로 언급되기도 하며, 특히 포장재로 사용되는 유리는 다른 포장재보다 재활용률이 높다. 유럽의 경우 평균 포장 재활용률이 플라스틱은 41%, 목재는 31%인데 비해 유리는 무려 76%에 달한다.

환경을 오염시킬 가능성도 플라스틱보다 적다. 유리의 주성분인 실리카는 이산화규소로도 알려진 천연물질로, 지구 지각의 59%를 차지한다. 천연화합물이기 때문에 침출이나 환경파괴 우려도 없다.

이 때문에 유리가 플라스틱의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선전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유리병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이 플라스틱, 알루미늄을 포함한 기타 포장소재보다 크다는 점에 있다.

유리의 원료인 규사(모래)의 채광은 토지 황폐화, 생물다양성 손실 등 심각한 환경파괴를 일으킨다. 또 규사 먼지를 장기간 들이마실 경우 급성 규폐증을 일으켜 호흡곤란, 호흡부전까지 초래할 위험이 있다. 미국 유리산업의 최대 공급처인 인도 샹카르가르에서 규사 먼지 등으로 인한 근로자 기본권 침해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유리 원료 추출에 따른 모래 고갈도 전세계적으로 심각하다. 모래는 물에 이어 사용량이 세계에서 두번째 큰 자원으로, 모래·자갈 등의 골재가 매년 500억톤씩 사용된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모래의 소모량이 회복량보다 더 큰 실정이다.

유리 원료의 녹는 점은 1500℃로, 제조과정에서 플라스틱·알루미늄보다 더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원료를 녹이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돼 탄소발자국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컨테이너 및 판유리 산업이 매년 600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밝혔다.

앨리스 브록(Alice Brock) 영국 사우샘프턴대학 박사는 "연구결과 유리병이 플라스틱병보다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했다. 플라스틱은 재활용에 한계가 있는 대신 녹는점이 유리보다 낮아 제조공정에서의 에너지 집약도가 낮다.

다만 유리를 재활용할 경우 처음 유리를 제조하는 과정보다 에너지 집약도가 낮다. 또한 생산과정에서 재활용 유리를 10%가량 추가하면 에너지 소비가 2~3%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활용 유리는 규사를 녹여 새로 만드는 것보다 녹는점이 더 낮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제조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간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활용 포함 유리 생산에서 용융 공정이 에너지 소비의 75%를 차지해 환경문제의 근본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유리 용기는 평균 12~20회 재사용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일회용으로 쓰이고 버려지곤 한다. 매립지에 버려진 유리는 분해되는데 최대 100만년이 걸린다.

국가간 유리 재활용률 편차도 심하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평균 재활용률이 각각 74%, 76%인 반면 미국은 2018년 31.3%에 그쳤다. 재활용률이 저조한 원인은 대개 혼합된 소재 및 색상을 분류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재활용 시설에서 혼합 유색 유리를 분리하는 일은 시간 및 비용 소모가 커서 아예 새 병으로 재활용하는 대신 단열재용 유리섬유로 만들기도 한다.

유리도 플라스틱처럼 색 유무에 따라 재활용률이 달라진다. 녹색 유리는 95%까지 재활용되지만 '플린트글라스'라고도 불리는 흰색·무색 유리는 품질사양이 높고 오염에 더 취약해 최대 60%밖에 재활용되지 않는다.

유리가 여전히 많은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내구성이 좋고 독성이 없어 식품 및 재료 보존에 이상적이다. 그러나 유리가 단순히 무한히 재활용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지속가능하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전체 수명주기를 고려할 때 유리 생산은 플라스틱만큼 환경에 해로울 수 있다. 그렇기에 소재 자체가 탄력적이고 오래가는 유리병은 가급적 재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2027년부터 국내급유 국제선 지속가능항공유 '1% 의무화'

2027년부터 국내에서 급유하는 모든 국제선 여객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 1% 혼합이 의무화된다.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항공업계 탄소중

대기업 취업시장 '활짝'…하반기 2만5000명 채용한다

삼성과 현대차 그리고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하반기 대규모 신규 채용에 나사면서 침체됐던 취업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19일 재계에 따

[알림]'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씨이텍 등 6개 기업 시상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수상기업으로 선정된 6개사에 대한 시상식이 19

김종대 교수 "기후대응 핵심은 스타트업...생물다양성·순환경제 아울러야"

"기후위기 대응은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와 기술 혁신이 핵심이며, 향후 기후대응은 자원순환 및 생물다양성과 통합돼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

AI로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한다...심포지엄 개최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국가독성과학연구소와 19일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 호텔에서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공동

합쳐야 살아남는다?...대기업 녹색사업 '합종연횡' 봇물

탄소중립 압박과 기후위기 대응 그리고 막대한 투자비용 탓에 개별 기업에서 해결하는 것이 한계가 뚜렷해지자, 대기업들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19

기후/환경

+

김성환 환경장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이상 늘릴 계획"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제시한 목표를 웃도는 100기가와트(GW)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성환 환경부

'불의 고리' 캄차카 또 7.8 강진…7월부터 잇단 지진에 '불안'

러시아 극동 캄차카 반도 동쪽 해안에서 19일(현지시간) 새벽 규모 7.8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이달들어 두번째 강진이다.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유럽, 올해 산불로 탄소 1290만톤 배출...역대급 폭염이 불길 키워

올해 유럽 전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기후변화와 산불이 서로 부추기는 '되먹임' 현상이 심화

[알림]'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씨이텍 등 6개 기업 시상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수상기업으로 선정된 6개사에 대한 시상식이 19

김종대 교수 "기후대응 핵심은 스타트업...생물다양성·순환경제 아울러야"

"기후위기 대응은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와 기술 혁신이 핵심이며, 향후 기후대응은 자원순환 및 생물다양성과 통합돼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

[주말날씨] 전국 또 '비소식'…강릉 저수율 27.7%까지 회복

이번 주말 전국 날씨는 대체로 흐리고 비가 내리겠다. 특히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도 비가 내릴 예정이다.19일 오후부터 전국에 내리기 시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