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투명한 지배구조..."주주행동주의 급부상시켰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4-18 11:03:35
  • -
  • +
  • 인쇄
2023 주총 주주제안 안건 57% 증가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에서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는 ESG 가운데 'G'(지배구조)라는 분석이다.

ESG 전문 평가기관 및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지난 14일 '2023년 정기주주총회 시즌 리뷰 보고서'를 발간하며 "국내 주주행동주의가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로 본격 들어서고 있다"고 18일 평가했다.

주주행동주의는 주주들이 부실 책임 추궁, 구조조정, 경영투명성 제고 등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말한다. 서스틴베스트는 이같은 '주주행동주의 급부상'을 올해 주총 시즌의 주요 동향으로 꼽았고, 그 배경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주식시장 참여와 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 제고를 언급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풍부한 유동성과 증시 활황에 힘입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직접 투자가 가파르게 증가했고, 이는 투자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 전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의 고질적인 저평가의 원인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부각됐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이 국내 주주행동주의 부상을 이끌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게 서스틴베스트의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정기주총 시즌에는 주주제안 상정 안건 수가 증가했다. 서스틴베스트가 211개 국내 상장기업이 상정한 1494개 안건을 분석한 결과, 올해 정기주총에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한 기업은 44곳으로 전년(28곳)에 비해 57% 늘었다. 안건 유형별로는 이사·감사 선임, 배당, 정관 변경, 자사주 취득·소각·처분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분석대상회사 정기주주총회 안건 분석 결과 요약. *이사 일괄 선임의 건 제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제·개정의 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의 건,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 사채발행계획 승인의 건 등 포함. (자료=서스틴베스트)

서스틴베스트는 전체 안건 가운데 157개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반대 권고 비율은 10.5%로 전년(8.9%) 대비 증가했고, 정관변경 안건과 감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반대 권고 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안건 유형에서 반대 권고율이 3.6%로 전년(1.1%) 대비 상승한 것은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이 늘면서 이사회 안과 주주제안자 안이 경합하는 사례가 증가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서스틴베스트는 주주환원 확대를 제안하는 안건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지목했고, 이는 우리나라의 낮은 배당성향과 관련이 있다고 짚었다. KT&G, BYC, 태광산업, JB금융지주, 남양유업 등의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현금배당 확대안과 자사주 매입안이 상정됐고, 이들 안은 모두 부결됐다.

보고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중장기적 투자를 가정할 때 향후 이 같은 유형의 주주제안이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업별, 산업별로 주주환원의 적정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고정비적 특성이 높은 인건비 등 국내 시장의 특수성도 적정 주주환원 수준을 판단할 때 고려될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올해 주총 시즌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부분은 소유분산기업의 경영투명성 논란이 주요 현안으로 부상한 점이다. KT, 금융지주사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와 동시에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민간기업 경영 개입의 정당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 대한 국민연금의 공개적인 문제제기를 단순히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다소 의문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내년 대표이사 임기가 만만료되는 포스코홀딩스와 KT&G의 대표이사 후보 추천 과정과 이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향에 관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서스틴베스트는 올해 정기주총 안건 분석에서 이사회의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책임에 강화된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3년간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건설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산업안전 리스크 관리 실패를 근거로 반대를 권고했다. 한편 미흡한 환경 리스크 관리로 반대 권고가 나간 이사 재선임 안건은 없었으나, 10개 기업의 이사 후보들에 대해 불충분한 기후 공시에 대한 감독 책임이 있다는 점이 참고사항으로 함께 명시됐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국내 주주행동주의 급부상,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와 이에 대한 정부 간섭 논란은 올해 정기주총 시즌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은 트렌드"라며 "국내 상장기업 주주환원의 경우 개도국 마켓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고려할 때 제고될 필요성이 분명 존재하지만 제조업 중심의 산업적 특성, 낮은 고용 유연성 등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한 타협점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