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환경오염 심각성 고취하고 폐기물 최소화
실제로 전세계 패션업계는 매년 3억톤의 합성섬유(플라스틱 의류)를 생산하고 있지만 재활용 비율은 1%에도 못미치고 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폐의류들은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매년 2100만톤에 이른다. 이는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국내 패션 시장규모도 2018년 기준 43조2000억원으로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그만큼 폐의류 발생량도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에선 폐의류를 수거해 일부를 개발도상국 등으로 수출하고 나머지는 소각·매립하고 있다. 제3국으로 수출되는 폐의류는 해당 국가의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어,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패션업계도 폐의류가 환경에 미치는 심각성을 느끼고 최근들어 환경보호에 동참할 수 있는 여러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일부 해외 유명 브랜드들은 리사이클링 소재로 만든 아이템을 선보이거나 비건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국내도 친환경 패션 브랜드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지난 15일~18일 서울시 주최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가을·겨울(F/W) 서울패션위크'에서도 친환경을 지향하고 실천하는 패션 브랜드들이 대거 출품돼 주목을 받았다.
◇ 재활용 컬렉션 선보인 '홀리넘버세븐'
남성복 출신 최경호 디자이너와 여성복 출신 송현희 디자이너가 2017년 론칭한 패션 브랜드 '홀리넘버세븐'(HOLY NUMBER 7)은 지난 17일 DDP아트홀 1관에서 '달란트'(Talent)라는 주제로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재해석'으로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 패션무대를 선보였다.
이 무대에서 홀리넘버세븐은 수명이 다 된 폐교복에 디자인을 입혀 완전히 재해석된 프레피룩을 선보였다. 최경호 디자이너는 "아름다움만을 쫓는 세상에서 버려지는 것에도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하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우리에게 주어진 달란트(재능)을 활용해 작은 가치 하나하나를 꾸준히 실현, 세상을 변화시키는 발걸음에 함께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패션에 대한 본질을 '옷은 사람이 입는다'에 바탕으로 두고 있는 '홀리넘버세븐' 브랜드는 컨셉츄얼한 무드와 아티스틱 한 감각이 돋보이는 게 특징이다. 자극적이고 퇴폐적인 문화가 하나의 패션 코드가 되어버린 시대에,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스토리를 전하며 선한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가치관을 지향하고 있다.
서울패션위크에서도 재활용 의류를 활용한 무대를 선보였듯이, 이 브랜드는 패션산업의 환경오염에 대해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매 시즌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 소재를 활용한 컬렉션을 소개하고 있다.
'2022 대한민국 패션대상 대통령상'을 비롯 '2022 한국 디자이너 패션 어워즈 우수 디자이너상'을 수상하며 자신들만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잡아가고 있는 '홀리넘버세븐'은 올해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 지속가능패션 추구하는 '파츠파츠'
임선옥 디자이너가 디자인 기술을 통한 잠재적 미래가치(지속가능패션)에 대한 존중과 발전을 위해 지난 2011년 론칭한 '파츠파츠'(PARTsPARTs) 브랜드도 서울패션위크에서 '네오프렌의 신세계'(New World of Neoprene)를 주제로 패션무대를 선보였다.
파츠파츠는 지속가능패션의 미래를 모색하며 친환경 소재인 네오프렌을 선택, 멀티 컬러를 적용해 저마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개별 네오프렌 유니폼을 연출했다. 임선옥 디자이너는 "기후변화와 전쟁, 재난 등의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재, 삶의 기쁨은 작은 것에서부터 온다는 것을 모두가 함께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컬렉션을 기획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츠파츠는 감성적 드로잉 작업에 앞서 아이템 생산 전반의 프로세스를 고려, 의류제작 과정에서 버려지고 낭비되는 원단 폐기물 등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시즌 리스 유통을 선택, 재고를 남기지 않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파츠파츠는 디자인 및 아이템 생산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제로웨이스트에 앞장서고 있다. 파츠파츠 디자인 랩에서는 월별로 제로웨이스트 패션 워크숍의 커리큘럼을 진행, 패션 디자인 관련 학생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패션 제품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 '엠로프' 폐원단으로 만든 패션 소개
올해 서울패션위크에서는 국내 패션을 선도하는 중진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신진 디자이너들도 다수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이재민 디자이너의 '엠로프'(M.Rof)는 자르고 버려지는 조각난 폐원단으로 액세서리 등 패션소품을 선보였다. 디자인·제조·생산 과정에서 환경 친화적인 접근 방식을 도입해 친환경 패션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엠로프는 이번 작품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온 환경적 위기, 동시에 아직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이상 현상에 대한 위기감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재민 디자이너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이상 현상에 대한 경각심과 다양한 위기로부터 세상을 보호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지구의 위기에서 비롯되는 우울감을 표현하는 모티브와 이러한 위기를 전환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모티브를 패션에 표현했다. 특히 소재 가공과 패션 디자인 과정에서 친환경 공법으로 만든 친환경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남은 원단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디자인에 담았다.
이재민 디자이너는 "생산 공정에서 버려지는 폐기물의 양을 줄이는 노력으로 지구 환경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패션 캠페인에 동참하고자 하는 것이 엠로프가 추구하는 주요 가치이며 브랜드 철학"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