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매주 5g 섭취 "영향 배제할 수 없다"
바닷새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장기간 섭취했을 때 소화기관이 딱딱하게 굳어진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알렉스 본드 박사 연구팀은 호주 로드하우섬의 바닷새 '붉은발슴새'가 플라스틱 섭취로 소화기관에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기고, 이런 염증으로 인해 조직이 변형돼 바닷새의 성장과 소화, 생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붉은발슴새는 호주 해안에서 동쪽으로 600km가량 떨어진 로드하우섬에 서식한다. 붉은발슴새를 10여년간 조사해온 연구팀은 붉은발슴새가 바다에서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는 것에 착안해 플라스틱의 양과 위장 조직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연구팀은 붉은발슴새가 플라스틱을 많이 섭취할수록 위장에 더 많은 흉터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먹이를 받아먹은 새끼들에게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부상 후 생기는 일시적인 흉터 조직은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과도한 양의 흉터 조직이 형성돼 조직의 유연성이 감소하고 구조가 변경되는 섬유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는 '섬유화'가 진행된다.
플라스틱이 유발한 이같은 질환은 붉은발슴새 위장 내부에 있는 관 모양의 분비선을 점진적으로 파괴했다. 분비선을 잃게 되면 새들은 감염과 기생충에 더 취약해진다. 또 음식을 소화하고 비타민을 흡수하는 능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또 부석이나 모래 등 바닷새들의 위장 속에서 발견되는 천연물들의 경우 섬유화와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질환이 오로지 플라스틱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임으로 결론짓고, 이를 '플라스틱증'(Plasticosis·플라스티코시스)으로 명명했다.
이번 연구는 야생 유기체에서 플라스틱으로 유발된 섬유증을 정량화한 최초의 연구다. 따라서 '플라스틱증'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례는 붉은발슴새 하나다. 하지만 다른 야생동물이나 사람에게도 비슷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전세계 해양 플라스틱 조각은 15조~51조개로 추정된다"며 "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의 감지와 수집의 한계로 인해 현재 플라스틱 추정치는 크게 과소평가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럿거스대학교 필립 데모크리투 박사는 최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서 인류가 음식·음료 섭취와 오염된 공기 흡입으로 1인당 일주일 평균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삼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조류 전시 책임자인 본드 박사는 "바닷새들이 겉보기에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속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이제 막 논문으로 만들어지고 이해되기 시작한 분야지만, 플라스틱 섭취는 광범위하고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전세계적으로 다른 종들도 이 질병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해당 연구논문의 최종본은 지난 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유해 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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