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공놀이에 푹 빠진 호박벌…IQ가 얼마?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0-28 16:44:17
  • -
  • +
  • 인쇄
英연구진 "사람이나 강아지처럼 재미로 공 굴려"
'놀이행동' 곤충서 첫 관찰..."지각능력 매우 높아"
▲나무공을 굴리는 호박벌 (사마디 갈파이지 제1저자 제공 동영상 캡처)


나무공을 굴리며 '놀 줄 아는' 호박벌이 포착됐다.

영국 퀸메리대학교 라스 치트카(Lars Chittka) 박사 연구팀은 호박벌이 순전히 재미를 위해 나무로 된 공을 굴리며 '긍정적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동물들이 먹이를 찾거나 짝짓기를 하는 등 생존과 직접적인 연관 없이 순전히 재미만을 위해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놀이행동'은 그간 포유류와 조류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곤충에게서 이같은 '놀이행동'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45마리의 호박벌을 한 실험용 공간에 풀어놓았다. 실험용 공간 한켠에는 벌의 둥지가 있고, 실험용 공간 반대편은 기어갈 수 있는 하나의 통로로 이어진다. 실험용 공간 중앙에는 나무공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놀이방'이 있고, 놀이방에서 더 들어간 가장 끝 부분은 꽃가루와 설탕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꿀 뷔페 식당'이 있다.

연구팀은 여러 실험에 걸쳐 호박벌들을 54시간동안 관찰했다. 1번째 실험에서 연구팀은 놀이방을 반으로 나눠 한편은 움직이는 나무공을, 다른 한편에는 움직이지 않는 나무공을 뒀다. 꿀 뷔페 식당을 가기 위해 놀이방을 거쳐야 하는 호박벌들은 50% 더 높은 비율로 움직이는 나무공이 있는 공간을 택했다. 연구팀은 호박벌들이 그저 둥근 물체가 아닌 움직임이 있는 물체를 선호한다고 결론지었다.

2번째 실험에서 연구팀은 처음 20분간 놀이방을 노란색으로 칠했다. 이후 연구팀은 놀이방을 파란색으로 바꾸고, 안에 있던 나무공들을 모두 치웠다. 연구팀은 이같은 과정을 6번 반복해 호박벌들이 노란색과 나무공이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도록 학습시켰고, 마지막에는 놀이방을 노란색 통로와 파란색 통로로 나눴다. 그 결과 3분의 1 더 많은 수의 호박벌들이 꿀 뷔페 식당에 가기 위해 노란색 통로를 선택했다.

▲실험용 공간 조감도. 상단 모형은 1번째 실험 공간, 하단 모형은 2번째 실험공간을 나타낸다. 두 공간 모두 우측에는 벌의 둥지, 중앙에는 놀이방, 좌측에는 꿀 뷔페 식당이 있다. (자료=퀸메리대학교)


실험 전반적으로 봤을 때 나무공을 1번 굴리고 만 호박벌 개체가 있는가 하면 보상을 마다하고 많게는 나무공을 117번이나 굴린 개체도 있었다. 젊은 호박벌들이 나이 든 호박벌들보다 공을 돌린 횟수가 더 많았다. 이는 어린아이나 새끼 포유류와 조류가 가장 활동적으로 놀이행동을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또 수컷 호박벌이 암컷 호박벌에 비해 더 많은 시간 공을 가지고 노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호박벌이 훈련이나 먹이 보상 없이 즉흥적이고 자발적으로 공을 반복해서 굴리는 것은 다른 큰 동물들이 보이는 놀이 행동과 유사하다고 짚었다. 논문 제1 저자인 사마디 갈파이지는 "호박벌들은 이 '장난감'에 계속 달라붙어 놀았다"면서 "작은 몸집과 두뇌를 갖췄지만 초보적이기는 해도 다른 큰 동물들처럼 일종의 긍정적 정서 상태를 경험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벌의 마음'(The Mind of a Bee)이라는 저서를 내기도 한 치트카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곤충의 지각능력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발전해 있다는 점을 강력히 나타낸다"면서 "곤충은 기존에 생각도 감각도 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생물과는 아주 거리가 멀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할 필요성을 입증하는 증거가 추가됐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논문은 지난 19일 학술지 '동물행동'(Animal Behaviour)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기후/환경

+

강수량 600㎜·풍속 220㎞ '괴물태풍'...'갈매기'에 베트남 쑥대밭

태풍 '갈매기'가 필리핀에서 최소 323명의 사망·실종자를 내고 베트남까지 휩쓸고 있다.7일(현지시간) AFP·AP·로이터 통신과 관영 베트남

기후변화로 사하라 사막 초원되나?…"21세기말 강수량 75% 는다"

기후변화로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사하라 사막 강수량이 2100년에는 2배에 달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일리노이 시카고대학(UIC) 연구팀이 21세

"NDC 60%는 실현 가능...50~53%는 탄소중립과 불일치"

정부가 제시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가운데 60% 감축안만이 2050년 탄소중립과 정합하며 실현 가능한 경로라는 분석이 나왔다.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중국 에너지 전환 속도내지만..탄소배출 정점 더 늦어져

중국의 탄소배출 정점이 당초 예상했던 2030년 이전보다 늦은 2030년대 초반에 찍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6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국제 에너지&

HSBC, 석유·가스 감축 '속도조절'…'2050 탄소중립' 그대로

HSBC가 석유·가스 등 고배출 산업에 대한 2030년 감축 목표를 완화하고,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장기 목표만 유지하기로 했다.6일(현지시간) HSBC는 공

기후위기 속 맥주의 생존법… 칼스버그 ‘열에도 강한 보리 유전자’ 발견

덴마크 맥주기업 칼스버그(Carlsberg)가 기후변화에도 견디는 '내열(耐熱) 보리 유전자'를 발견했다.6일(현지시간) 칼스버그연구소는 "보리 유전체에서 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